혹독했던 무더위도 끝나간다. 올해는 뉴스에서 ‘수십 년 만의 더위’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됐고, ‘찜통 같은 더위’라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닌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날들의 연속에 정작 가을을 앞둔 지금 몸속에 남아 있던 기력은 모두 빠져 버렸다. 기운은 없고 입맛도 실종된 지 오래다.
여름을 보내고 이제는 잃어버린 기력을 다시 찾아야 할 때. 대표 활력 음식 ‘민물장어’를 통해 잃어버린 입맛과 기운을 되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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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밑에서 요리 배우며
30년 넘는 장어요리 손맛 ‘자랑’
장어는 원기 회복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장어는 면역력 증진 효과 덕분에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또한 DHA 성분이 풍부해 뇌 건강과 기억력 향상에도 좋은 음식인 데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효능까지 있어 항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동면 호포마을 ‘민들레’식당은 장어구이와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기와를 올린 지붕에 황토로 된 벽이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이숙희(58) 대표의 30년 넘는 손맛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민들레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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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부산에서 시어머니 밑에서 요리를 배우며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했다. ‘동광집’이란 식당으로 부산 구포지역 일대에서 장어요리만 3대째 이어온 ‘실력파’다. 그런 이 대표가 4년 전 호포에 터를 내려 식당을 개업한 게 바로 민들레다.
↑↑ 이숙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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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품 장어에 특별한 양념장 조화
특제 소스, 장아찌 등이 비린맛 없애
앞서 설명한 대로 민들레는 장어구이 전문점이다. 단, 자연산은 아니다. 자연산은 가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물량이 부족해 재료로 사용하기 어렵다. 물론 양식이라고 다 같은 양식은 아니다. 양식 가운데서도 최상품만이 민들레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 장어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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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가격이 아니라 질을 놓고 평가해야 해요. 같은 양식이라도 천차만별이거든요. 특히 민물장어는 굵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너무 굵으면 맛이 없어요. 적당한 굵기라야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거든요”
민들레 장어구이 가운데 특히 양념구이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먼저 맛의 원천인 양념장. 장어 비린내를 잡기 위해 응개(엄나무), 당귀, 감초, 계피 등 각종 약재가 들어간다. 특히 민들레는 양념장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육수가 특징인데, 장어 뼈를 고아 사용한다. 장어 뼈를 곤 물에 각종 양념 재료를 넣어 맛을 내다보니 양념 자체에서 장어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3대를 이어오는 이 대표 손맛의 비결인 셈.
장어는 보통 비린내 때문에 생강과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민들레 장어는 생강도 좋지만 간장을 기초로 만든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다. 약초 향이 살짝 나는 소스는 달콤 짭짤한 게 장어의 담백함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매실 장아찌를 곁들여도 좋다. 장아찌지만 신맛이 강하지 않아 장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더하는 데 딱이다.
↑↑ 장어구이 상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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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골표 어탕도 ‘인기’
밑반찬까지 주인장 직접 조리
장어구이를 다 먹을 때쯤이면 민물고기로 만든 어탕이 식사로 나온다. 이 어탕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청도의 맛을 그대로 살려 여러 가지 민물고기를 넣어 끓인, 옛날 시골표 어탕이다.
↑↑ 메기 매운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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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를 이야기하면서 밑반찬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이 대표는 민들레를 시작하기 전 원동면 어영마을에서 몇 년 동안 장아찌 연구를 한 적 있다. 30여년 식당일이 힘들어 휴양을 겸해서 시작한 게 바로 장아찌 연구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엔 식당을 다시 하게 됐지만 물 좋고 공기 좋은 어영마을에서 만들던 장아찌에 대한 미련은 여전했다. 그래서 식탁에 올라온 장아찌와 모든 반찬은 여전히 이 대표의 손을 거친다.
주방만큼은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 대표의 욕심이 반영된 결과다. 이 대표 외에 딱 한 명, 요리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호텔주방장 출신 전문 요리사인 아들. 밑반찬을 포함한 민들레의 모든 음식은 이렇게 이 대표와 아들 두 사람 손끝에서 모두 완성된다.
민들레는 장어구이와 함께 메기, 참게, 동자개(빠가사리) 매운탕도 함께한다. 같은 매운탕이지만 물고기에 따라 각각 다른 육수를 쓴다. 재료(물고기) 특유의 맛과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 메기 매운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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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아들이 요리를 도맡아 하고 있어요. 욕심내지 않으려고 늘 애쓰죠. 그냥 소박한 마음으로 손님께 정갈하게 음식을 대접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바지 여름, 장어구이 드시고 힘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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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양산시 동면 호포로 62
■ 연락처: 365-3295
■ 운영시간: 오전 11시 ~ 오후 10시
■ 가격: 민물장어구이(1인분 2만5천원), 참게탕(대 6만원, 중 5만원, 소 4만원) 동자개탕(대 5만원, 중 4만원, 소 3만원), 메기탕(대 4만원, 중 3만원, 소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