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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원전 없는 오스트리아… 에너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기획/특집

원전 없는 오스트리아… 에너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5/08/25 17:35 수정 2016.04.21 17:35

‘햇빛과 바람의 시대가 온다’ 시리즈 기획기사 이번 보도에서는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면서 에너지 자립마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오스트리아 귀싱 사례를 알아본다.

또한 완벽한 단열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외부 에너지 사용 비용을 ‘0’으로 만든 잘츠부르크 위성도시 할왕시에 있는 할왕문화센터 사례를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원전 강국 독일은 왜 탈핵을 선택했나
② 이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대
③ 필요한 만큼 스스로 ‘에너지 자립마을’
④ 자연의 힘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⑤ 생각을 바꾸면 쓰레기도 에너지다
⑥ 신재생에너지, 양산은 어디까지 왔나


에너지 자립마을은 마을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작은 규모 발전을 통해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100% 충당하는 개념이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사 쓰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개념으로 볼 때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 매우 간단하다.

마을을 흐르는 강이 있다면 소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들고, 햇빛이 강한 곳이라면 태양열과 태양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가축을 사육하는 곳이라면 가축 분뇨를 이용해 가스를 생산하고, 바람이 좋은 곳은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마을 오스트리아 귀싱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인 귀싱은 에너지 자립마을 성공모델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88년 한때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지만 에너지 자립을 통해 지역경제마저 되살아났다.

↑↑ 오스트리아 할왕문화센터에는 햇빛 차단을 위해 건물 바깥쪽에 블라인드를 달았고, 처마 역할을 하는 지붕도 설치했다. 또 지하 1층에는 태양열과 빗물을 이용해 건물 냉ㆍ난방과 온수를 제공하는 설비를 설치했다.


귀싱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에 번갈아 편입됐던 국경 지역이었다.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 농업과 축산업이 주요 산업이다 보니 젊은층 인구가 급속히 줄었고, 경제가 더욱 쇠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던 중 농구선수 출신 사업가 라이나 코크는 도시 발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제력도 형편없는 작은 시골 마을 귀싱이 한 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만 3천5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400억원을 쏟아 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나 코크는 귀싱 면적의 50%를 차지하는 산림 자원에 주목했다. 이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정치권을 설득했고, 1990년 귀싱 의회는 100% 에너지를 자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초기 어려움은 컸다. 마을 사람들마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비웃었고, 에너지 생산ㆍ유통 업체의 압박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귀싱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에너지 자립마을로 자리매김했다.

귀싱이 에너지 자립마을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귀싱은 1992년 처음으로 목재를 이용한 지역난방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35개의 지역난방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주민 설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역난방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방비가 줄었고, 실제 사용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퍼지면서 현재는 모두 만족하고 있다.

2009년에는 에너지 연구ㆍ개발을 위한 자체 연구시설을 설립했다. 귀싱연구소는 목재를 이용한 자동차 연료를 개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르노와 볼보, 폭스바겐은 물론 독일항공사인 루프트한자도 공동 참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귀싱은 에너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설립했다.
 
여기서 교육한 전문가들은 에너지 관련 기업과 연구소에서 앞다퉈 데려갈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를 생활의 일부로 느끼게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유치원 때부터 교육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마을로 유명세를 타면서 에너지 자립마을 노하우, 이른바 ‘귀싱 모델’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 내 120곳, 전 세계 20여곳에서 귀싱에 비용을 지불하고 ‘귀싱 모델’을 구입했다. 여기에 귀싱 모델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 드는 사람들에게 생태관광까지 접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 비용 ‘0’ 할왕문화센터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앞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패시브 하우스’라는 개념인데, 다른 말로 제로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집안 열을 최대한 차단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건물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위성도시인 할왕시에 있는 할왕문화센터는 패시브 하우스에서 한 발 더 나가 ‘에너지 액티브 패시브 하우스’로 불린다. 액티브 하우스는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외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건물로 끌어들이는 개념으로, 패시브 하우스와 반대되는 개념인데, 하나의 건물에 이 두 가지를 모두 접목해 외부 에너지 사용을 ‘0’으로 만들었다.      

↑↑ 할왕주민센터에 설치된 블라인드.


할왕문화센터는 대지면적 1천538㎡에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신기한 점은 블라인드를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 설치했다는 점이다. 또 지붕에 처마를 설치해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조절했다. 이렇게 하면 햇빛 차단은 물론 단열효과까지 있다. 우리나라처럼 블라인드를 건물 안에 설치하면 햇빛은 가릴지 몰라도 단열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한다.

또한 할왕문화센터는 단열을 위해 바닥에 40cm 두께의 콘크리트를 깔았다. 외벽 콘크리트 두께도 25cm에 달한다.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콘크리트 특징을 냉ㆍ난방에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하 1층에는 건물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으로 받은 에너지를 난방과 온수로 변환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고, 지하저수조에 받은 빗물이 건물 전체를 두르고 있는 관을 돌면서 냉방에 이용된다. 30℃를 훨씬 웃도는 여름에도 별도 냉방시설 없이도 할왕문화센터 내부 온도는 22℃ 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영하 20℃ 이하로 내려가는 겨울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 할왕주민센터 지하 1층에 있는 기술실.


놀랍게도 할왕문화센터는 관리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건물 자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인근 식당에 되팔아 연간 1천500유로, 우리 돈 2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0’이다. 태양열과 태양광, 빗물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할왕문화센터를 설계한 하랄드 쿠스트 씨는 “재생에너지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후손들을 생각할 때 오스트리아에 단 하나의 원전도 가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할왕문화센터 설계자 하랄드 쿠스트 씨.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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