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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무한한 신재생에너지… 태양은 돈을 받지 않는다..
기획/특집

무한한 신재생에너지… 태양은 돈을 받지 않는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5/09/01 17:35 수정 2016.04.21 17:35

우리나라에서 보조 에너지 개념으로 인식되는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독일 남부에 있는 작은 도시 징엔이다.

징엔 시민은 지난 2000년, ‘30년 안에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신재생에너지 기업 솔라콤플렉스를 설립했다. 그 절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징엔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햇빛과 바람의 시대가 온다’ 시리즈 기획기사 4회 보도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원전 강국 독일은 왜 탈핵을 선택했나
② 이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대
③ 필요한 만큼 스스로 ‘에너지 자립마을’
④ 자연의 힘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⑤ 생각을 바꾸면 쓰레기도 에너지다
⑥ 신재생에너지, 양산은 어디까지 왔나

↑↑ 솔라콤플렉스 본사는 외벽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주민 손으로 만든 신재생에너지 기업 솔라콤플렉스


독일 남부에 있는 작은 도시 징엔(Singen)은 지난 2000년 ‘한 세대(30년) 안에 우리가 사는 징엔(인구 4만5천명)을 비롯해 주변 80km 내 독일 남부 보덴제 호수 주변 27만명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해 5월 31일 징엔 주민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다음 세대 혹은 다른 나라에 비용 부담을 주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이 이어지도록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었다. 주민 주도로 열린 토론회는 4박 5일간 진행된 말 그대로 끝장토론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에너지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유한회사 ‘솔라콤플렉스’(solarcomplex)다.

주민이 토론 끝에 시민단체가 아닌 유한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시민단체는 에너지사업 추진을 위해 은행 융자를 받거나 주주로부터 출자금을 모으고, 수익을 배당하는 일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20명이 참여한 비상장 주식회사 형태였던 솔라콤플렉스는 15년이 흐른 현재 1천여명의 주주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억유로(우리 돈 1천340억원) 이상 투자됐다. 

솔라콤플렉스는 2001년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리드리히 뵐러 고등학교 옥상에 18kW 용량의 태양광집열판과 발전기를 설치해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전기회사에 팔고,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점차 확대돼 2011년 6MW급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10년 만인 무려 300배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발전소 자산규모 역시 2007년 450만유로(우리 돈 60억5천만원)에서 2013년 4천670만유로(우리 돈 627억원)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주타 가우클러 솔라콤플렉스 교육담당은 “신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한 세대 안에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에서 완전 복원까지 20년이 걸린 것을 볼 때 우리는 30년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많은 사람이 뜻을 모으면 우리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에너지를 실현하는 징엔 신재생에너지 시설


# 패시브 하우스 솔라콤플렉스 본사

징엔에 있는 솔라콤플렉스 본사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1963년에 지어진 낡은 콘크리트 건물을 리노베이션했는데, 2013년부터 2년간 골조만 그대로 두고 개ㆍ보수해 패시브 하우스 기준을 충족시켰다.

또한 건물 외벽 남쪽과 동쪽, 서쪽 삼면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했고, 2만5천ℓ 용량의 축열조(냉ㆍ난방용 열을 저장하기 위해둔 조)와 바이오가스 열병합 발전기도 설치했다. 여기에 창호를 교체하고, 공조시스템을 통해 열 손실도 최소화했다. 

↑↑ 솔라콤플렉스 옥상 역시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했다.


건물 옥상에도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했는데, 정남향이 아닌 동서 방향으로 설치해 꾸준히 일정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 뷔징엔 태양열 진공관 지역난방

징엔 곳곳에는 솔라콤플렉스가 설치한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자리하고 있다. 스위스 속에 자리 잡은 독일 영토 뷔징엔은 솔라콤플렉스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9번째 에너지 마을이다.

↑↑ 스위스 속 독일 영토인 뷔징엔에는 진공관 형태 태양광 온수기를 설치해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일반적인 패널 형태의 태양열이 아닌 진공관 형태의 태양열 온수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를 통해 112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한다. 일반적으로 진공관 온수기는 부동액 성분이 있는 글리콜이라는 액체를 사용하는데, 뷔징엔은 기온이 온화한 특성을 이용해 물을 사용한다. 겨울에도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글리콜은 2~5년마다 교체해야 하고, 지역난방과 바로 연결하려면 한 번 더 가열해야 하지만 물을 사용하면 지역난방과 곧바로 연결할 수도 있고, 인근 강에 배출해도 환경에 전혀 영향이 없을 뿐더러 관리도 쉽다. 
↑↑ 진공관 형태 태양광 온수기는 부동액 성분이 첨가된 글리콜 대신 물을 사용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뷔징엔은 햇빛이 강한 곳이어서 대부분 태양열로 지역난방을 공급하지만 햇빛이 약할 때는 우드칩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완하기도 한다.  


# 리켈스하우젠 태양광 발전소

징엔 외곽에 있는 리켈스하우젠에는 광활한 나대지에 태양광 집열판이 끝도 없이 설치돼 있다. 전체 면적 80만㎢에 3만2천개의 모듈로 구성된 태양광 발전시설은 주민 4천명이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곳은 1990년대 중반까지 징엔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솔라콤플렉스는 매립이 끝난 땅을 빌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뒤 수익의 5%를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 쓰레기가 매립돼 사용 가치가 없던 버려진 땅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리켈스하우젠 태양광 발전시설은 태양광 성공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리켈스하우젠 태양광 발전시설은 2006년 1차, 2008년 2차, 2014년 3차까지 시설 설치를 마쳤다. 2006년 사업 당시 1kW당 설치비용이 4천유로(우리 돈 538만원)였지만 2014년 사업 때는 1천100유로(우리 돈 148만원)로 줄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결국 시민이 나서야


솔라콤플렉스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술적 가능성 문제가 아닌 사회적 측면이라고 강조한다. 솔라콤플렉스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라콤플렉스는 사업 목표를 징엔과 보덴제 호수 주변으로 한정한 이유가 바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주민 관심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서다. 이는 결국 공동체 운동으로 확산했고, 신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주타 가우클러 솔라콤플렉스 교육담당(사진)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과 ‘시민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타 가우클러 담당은 “신재생에너지 생산보다 낭비하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너지 절약 정책과 함께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에너지 문제는 결국 정치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두고 변해야 하지만 그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스스로 변한 적이 없는 만큼 시민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혁신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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