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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그림으로 대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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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대화하고 싶어요”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5/09/01 10:07 수정 2015.09.01 10:03
만화 그리는 청년 황민규 씨

인터넷 통해 사람들과 소통




수많은 종이 만화책 사이에 눌러앉아 컵라면 하나 끓여 먹던 만화방 풍경이 변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클릭 하나면 원하는 작품을 볼 수 있어 다양한 만화가 작품이 사람들에게 손쉽게 전해지고 있는 것.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만화가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만화가들이 대중과 더 쉽고 깊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양산에서 만화로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황민규(25, 물금읍) 씨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았다.

덥수룩한 머리에 간단한 티셔츠 한 장, 편안한 청바지 차림의 황 씨가 들어왔다. 그는 유쾌하고 발랄한 그의 캐릭터와 달리 나지막한 목소리로 첫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무겁고 다소 진지한 모습이 그의 첫 인상이었다.
황 씨는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그림만 그렸다. 자그마치 반년 동안 자신의 그림을 페이스북이나 아프리카TV 방송 등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 몰두했다. 

“처음에 반년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을 생각은 없었어요. ‘만화’라는 분야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죠. 눈 깜짝할 사이에 겨울에서 여름이 됐어요”

황 씨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특성화고에 진학해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대학교도 만화와 관련된 학과에 들어가 전문적으로 만화를 배우고 있지만 자신의 그림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만화에만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온종일 그림만 그렸다. 인터넷에 그 그림을 올려 다른 이들과 공유했다. 그렇게 그는 누군가와 그림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었죠. 개인 활동 시간이 주어졌는데 일본인과 대화가 안 되면 종이에 그림을 그려 의사소통했어요. 그림 하나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과 대화한 거죠. 처음만난 사람과 대화할 거리가 바닥났을 때 그림을 하나 그리면 그것이 대화 주제가 되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요. 특히 만화는 어린아이부터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어 소통하기 좋아요”


페이스북 페이지 4천여명이 ‘좋아요’
아프리카TV서 실시간 캐리커처 선보여


황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만화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온라인상에 그림을 올려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 hmg9568) ‘밍구’(고등학생 때 황 씨의 별명)를 만들었다. 현재 그의 페이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4천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 페이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가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이들과 그림을 나누겠다고 결심했다. 

“처음부터 페이지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에요. 제 계정에 뜨는 친구들을 페이지로 초대했고, 초대한 친구의 또 다른 친구가 들어오면서 그림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밍구 페이지를 비롯해 ‘양산사람들’ 페이지에서 활동하며 사람들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등 페이지 홍보에 나섰어요. 그러자 하나둘 캐릭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겼고 페이지를 찾아주셨죠. 인터넷이 참 좋아요. 오프라인에서 전시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제 만화를 볼 수 있죠”


황 씨는 페이스북에서 요청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받아 무료로 캐리커처를 그려줬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그림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참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두 달 전쯤부터 아프리카TV(afr eeca.com/hmq2005)에서 실시간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다.

“사람들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감동해 별풍선(온라인 선물 아이템)을 많이 줬어요. 만화라서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올 것 같지만 오히려 직장인이 대부분이죠. 가끔 학생도 들어오는데 한 학생은 캐리커처를 받고 감사 표시로 편의점 과자 쿠폰을 주기도 했어요”

황 씨의 아프리카TV 방송은 매주 금, 토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다. 그는 모든 시청자에게 기본 스케치 형식의 캐리커처를 그려준다. 방송 중에 카카오톡 아이디 ‘hmq2005’로 사진을 보내주면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방식이다. 완성된 그림은 원하는 사람에 한해 머그컵, 텀블러, 퍼즐 등 제품으로 제작할 수 있게 유료 주문도 받고 있다. 추가로 시청자 중 열혈팬 1위, 서포터 1위는 색채가 들어간 캐리커처를 주고 애청자에게는 무료 제품 증정 이벤트도 진행한다.

“열정이 가득했을 때는 새벽 6시까지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방송 시작부터 종료하는 순간까지 시청해주는 분이 보통 8명 정도 계신데 그 분들 때문에 계속 운영하고 있죠. 페이스북과 아프리카TV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100여명의 캐리커처 작업을 했어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추억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 좋았고, 더 많은 이들의 순간을 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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