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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폐기물을 넣었더니 에너지가 나왔다..
기획/특집

폐기물을 넣었더니 에너지가 나왔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5/09/08 17:34 수정 2016.04.21 17:34

나무를 태우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혹은 화력발전이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이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할까? 에너지 자립마을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귀싱은 나무를 태우는 화력발전기술로 이 같은 물음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나무는 메탄가스가 되고, LNG가 되고, 디젤이 되고, 가솔린이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고 지역에 난방을 공급한다. 그러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 철저한 관리로 산림은 더욱 울창해졌다. 귀싱은 과연 어떤 방법을 쓰고 있을까?   

<글 싣는 순서>

① 원전 강국 독일은 왜 탈핵을 선택했나
② 이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대
③ 필요한 만큼 스스로 ‘에너지 자립마을’
④ 자연의 힘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⑤ 생각을 바꾸면 쓰레기도 에너지다
⑥ 신재생에너지, 양산은 어디까지 왔나

↑↑ 오스트리아 귀싱에 설립된 바이오매스 발전소.

생각을 바꾸면 쓰레기도 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ㆍ촉진법>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는 ▶연료전지 ▶석탄 액화ㆍ가스화 및 중질잔사유 가스화 ▶수소에너지 등 3개 항목의 신에너지와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 ▶지열 ▶생물자원을 변환한 바이오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7개 항목의 재생에너지 등 모두 10개 항목의 에너지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그밖에 에너지를 뜻한다.<본지 589호, 2015년 8월 18일자>

이번 보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생물자원을 변환한 바이오에너지와 폐기물에너지다. 기존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받던 애물단지 폐기물이 돈이 되는 에너지원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류가 생활하면서 배출할 수밖에 없는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은 햇빛과 바람, 물 등 단순히 자연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재생에너지다.


나무에서 가스와 기름을 뽑아내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에너지 자립마을 성공모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귀싱.<본지 590호, 2015년 8월 25일자> 

귀싱은 세계적인 화력발전기술을 가지고 있다. 탄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인데, 목재뿐만 아니라 생활쓰레기 등 탄소가 들어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태워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은 비엔나(빈, Wien) 공과대학 헤르만 호프바우어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이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목재를 이용한 자동차 연료 생산시설인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이하 귀싱 발전소)가 세워졌다.

↑↑ 베르나르도 도이치 귀싱 스트렘 마을 대표가 바이오매스 시설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귀싱 발전소에서는 하루 목재 60톤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데, 공정에 따라 메탄가스와 디젤(경유), 가솔린(휘발유), LNG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한 에너지는 지역난방이나 가스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한다. 놀라운 점은 여기서 생산하는 가스가 목재를 태워 만들었지만 순도 97% 수준으로,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귀싱 발전소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화력발전이라고 하면 환경과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귀싱 발전소는 ‘친환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설이다.

귀싱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목재는 귀싱에 있는 바닥재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우드칩)과 귀싱 주변 산림 내 잡목인데, 목재를 이용해 발전하지만 귀싱 발전소 가동 이후 오히려 산림면적이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귀싱 내 18개 마을에 있는 숲 소유자를 확인한 뒤 각 숲에 심어져 있는 나무 종류와 수령, 나무 수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벌목은 주민이 자체 조직한 천연자원협회에서 세부 규칙을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한다. 

또 하나 귀싱 발전소가 중점을 두는 것이 바로 후(後)처리 공정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전소에서 목재를 완전 연소하면 1%가량 재가 나오는데, 이는 비료로 활용한다.

또한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배출되는 가스에서 열을 뽑고, 정화작업을 거쳐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나가지 않게 한다. 모터를 식히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냉각수가 뜨거워지면 이 역시 열에너지로 사용한다. 이 열만 가지고도 귀싱에 필요한 열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목재를 사용하는 귀싱 발전소는 처음에는 전기와 열만 생산했지만 연구가 진전되면서 목재에서 가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도시가스 수준으로 정제하고, 메탄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메탄 함유량을 11%에서 97%까지 높였다. 러시아가 오스트리아까지 4천km 가스관을 건설하고, 가스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귀싱은 자체 공급으로 가스를 100% 충당하고 있다. 


우리 마을에는 ‘콘크리트 소’가 있다


귀싱 내에서도 420가구 96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 스트렘에는 열병합발전시설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시설을 ‘콘크리트 소’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설이 전기와 열을 생산하기 위한 연료가 바로 잔디 등 농업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잔디를 먹고(넣고) 소화시켜(전기ㆍ열 생산) 배설물(숙성된 천연 비료)를 내놓으니 마을사람이 ‘소’라고 부를 만 하다.   

↑↑ 스트램 마을에 설치된 열병합발전시설.


스트렘 열병합발전시설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농업부산물을 숙성시켜 바이오가스를 만든 뒤 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원리다.

마을 입장에서는 지역난방을 공급받고, 농민 입장에서는 직접 농업부산물을 싣고 와 무게를 재고 발전시설에 넣으면 이후 정산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비용을 지불하고 농업부산물을 처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돈까지 벌 수 있으니 농민 참여를 독려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남은 퇴비는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어 농민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 스트램 열병합발전시설에서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난 뒤 남은 숙성된 퇴비.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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