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데 그녀석이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들과 함께 오고 싶어요”
“이번 시민경찰학교에 참여한 덕분에 수업시간마다 새로운 것을 배웠고, 특히 그동안 경찰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경찰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아요”
시민과 경찰 간 거리를 좁히고 나아가 주민 스스로 치안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양산경찰서(서장 박천수)가 야심 차게 추진한 ‘시민경찰학교’가 2주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3일 수료했다.
교육생들은 평소 딱딱하고 무섭기만 했던 경찰관들이 고작 2주라는 짧은 시간만에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만큼 교육 효과와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경찰학교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교육생을 모집, 8월 24일부터 9월 2일까지 모두 40시간에 걸쳐 강의와 현장실습 등을 진행했다. 강의는 내부 직원(경찰)이 직접 자신이 맡은 업무를 현장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생활법률, 건강, 경제 등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교육생 구성도 다양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학생, 주부, 자영업 등 여러 직업에서 체험에 함께했다. 특히 경찰채용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은 경찰 업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참여했으며, 경찰을 꿈꾸는 자식을 둔 어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참여하기도 했다.
교육은 비록 40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강의를 준비한 경찰관들의 열정은 높았다. 경찰관들은 PPT 등 교육 자료를 직접 만들고 퇴근 후 강의 연습까지 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강의 내용도 경찰 업무를 단순 소개하는 것부터 전화 금융사기, 성폭력 예방교육, 교통사고 처리 등 실제 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을 소개해 교육생 관심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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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참가자들은 교육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 교육생은 “짧은 기간 탓에 체험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많이 아쉽다”며 “그래도 이제 죄를 짓지 않아도 쉽게 올 수 있을 정도로 경찰서와 친근해진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 역시 “초등학생 딸이 경찰관이 되겠다며 태권도도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이번에 경험한 것들을 들려줬더니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천수 경찰서장은 수료식에서 “이번을 계기로 우리 경찰업무가 여러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셨을 것”이라며 “짧은 교육으로 경찰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시민이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경찰은 목숨도 두려워 않고 달려간다는 사실 하나만 알아줘도 이번 시민경찰학교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서장은 “우리 경찰은 여러분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과 발이 돼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교육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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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좀 더 오래했으면 좋겠어요”
교육생 대표 박동권 씨 “교육시간 너무 짧아 아쉬워”
@IMG2@“올해 초 집사람이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난 적 있어요. 사고처리를 하는데 제 생각에 억울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교통사고처리와 관련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수강을 생각했어요”
박동권(50) 씨는 아내의 사고를 계기로 교통사고처리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는 이유로 참가했다. 교육생 대표까지 맡게 된 박 씨는 교육을 마친 지금 경찰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저도 사실 경찰관에 대한 선입견이 많았죠. 왠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번 교육으로 그런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냥 따뜻한 이웃 같아요”
박 씨는 비록 40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업은 알차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도시통합관제센터와 경남지방경찰청 견학 등 일반 시민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 좋았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과학수사대(CSI)를 직접 만나 생생한 업무 이야기를 들은 것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경찰서장과 대화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서장님과의 대화가 참 기억에 남아요. 편한 형님같이 말씀해 주셔서 참 따뜻한 분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덕분에 경찰과 한걸음 더 가깝게 된 것 같아요”
박 씨는 교육을 통해 좋은 정보를 많이 알게 됐고,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에 솔직히 고마웠죠.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오랜 시간동안 경찰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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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참가자 호응에 내년 더 기대돼”
박대욱 생활안전과장 “직원과 수강생 모두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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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욱 양산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이번 시민경찰학교 실무 책임자로서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는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직원들은 말없이 불편을 감수했고, 교육생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교육 완성도를 높여줬다며 거듭 인사를 전했다.
2010년에 이어 5년 만에 재기한 시민경찰학교지만 실무자로서 아쉬운 점도 많다.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예산을 지원해 준 덕분에 작게나마 교육을 진행했지만 400만원 예산으로는 한계가 많으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박 과장은 내년에도 시민경찰학교를 이어갈 생각이다. 경찰청 견학과 함께 위험한 사건이 아니라면 현장출동까지 할 계획이다.
“시민경찰학교는 시민 질서의식을 높이고 자율방범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경찰업무가 피부로 와 닿으면 자율방범의식이 높아지죠. 꼭 치안이 아니더라도 교통사고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고소ㆍ고발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면 그런 것들은 파급효과도 큽니다. 시민이 경찰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게 결국 민경협력의 시작이니까요”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그나마 5년 만에 다시 시작한 사업인데 꽤 성공적이다. 그래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 하고 싶은 모든 사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시간과 예산이 뒷받침 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박 과장의 표정은 밝다. 올해 교육 참가자들의 칭찬과 감사 인사가 그의 표정을 밝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