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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웃음으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사람..
사람

웃음으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사람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5/10/13 11:15 수정 2015.10.13 11:10
양산시민에게 행복한 웃음을 전하는 곽재경 씨

노인정ㆍ요양원 등 손길 필요한 곳 찾아가 강의




지난달 25일 동면 한 노인정이 어르신들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했다. 곽재경(51) 웃음치료사가 노인정 어르신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 이날 곽 씨는 어르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재미있는 강의를 준비해 어르신들이 활력을 되찾게 도왔다. 그러자 무표정했던 어르신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곽 씨는 1991년 양산으로 시집왔다. 어릴 적 노래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을 정도로 꾀꼬리 목소리였던 그는 노래를 참 좋아했다. 양산에 와 우연한 기회로 한 합창단에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활동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독한 독감을 앓았고, 목이 붓고 갈라졌다. 양산 한 병원을 찾아 치료했지만 마치 변성기처럼 목소리가 굵어지고 더 심하게 갈라졌다. 목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부산지역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말을 하지 말라는 처방을 받았다.

“삶의 원동력이었던 노래는 물론 사람들과 대화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죠. 그런 상황이 계속돼 웃음을 잃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도 병원에서 계속 치료한 끝에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어요. 이런 시간을 지내고보니 인생에 있어서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고, 웃음을 잃고 사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죠”


늦은 나이에 공부해 강사 자격 얻어
닫힌 사람 마음 열고 ‘삶의 이유’ 선물


곽 씨는 목소리가 조금 돌아오자 바로 문화합창단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팀장을 하며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갔다. 다양한 무대에 서다 가수 김효원 씨를 만났고, 그를 통해 웃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노래로 행복을 전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또 그는 김 씨를 통해 웃음행복충전소 차미곤 소장을 만났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저는 사람의 인연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요. 누구를 만나도 기억하고 한 번 더 연락하죠. 그랬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제 진심을 느끼고 찾아와줬어요. 그렇게 웃음 전하는 삶을 살게 도와준 차미곤 소장도 만날 수 있었죠. 그분 덕분에 늦은 나이에 공부해 지난해 웃음치료사, 레크레이션강사, 노래강사 자격증을 준비해서 취득할 수 있었어요”

곽 씨는 차 소장을 통해 알게 된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어르신이나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웃음과 힘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곽 씨에게 자격이 주어지자 곳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다 상북면 한 아파트에 사할린 동포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강의를 하게 됐다. 당시 그곳에 있는 사할린 동포들은 곽 씨의 따뜻한 표현에도 냉담했고, 만들어간 음식은 손도 대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곽 씨는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고 1년 동안 끝까지 그들을 찾았다. 그 결과 곽 씨는 그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이 직접 만든 차를 대접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들의 닫힌 마음 문을 열기는 생각보다 아주 힘들었어요.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갈 정도로 먼 거리를 달려가 수업했지만 웃지도 않고 먹을 것을 준비해도 손도 대지 않아 그대로 가져오기 일쑤였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항상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찾아가 삶의 이유를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어느 날 제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삶의 의미를 되찾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처럼 곽 씨가 머무는 곳은 항상 웃음과 감동, 정이 넘쳐흐른다. 그는 자기 삶의 모든 부분에 감사하며 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생의 행복과 웃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비록 젊었을 때 꾀꼬리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그때보다 더 아름다운 가치를 전하고 있다.

“항상 제가 가진 가장 소중한 물건인 기타와 카메라, 장구를 손에 쥐고 다녀요.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누군가의 딸, 어머니, 친구가 돼주고 싶어요. 그때 요양원에 있는 분을 대상으로 노래교실을 열기도 했죠. 병실에 누워 지루하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저로 인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분도 있었어요. 웃음을 기다리는 사람을 찾아 봉사한 지 벌써 20여년 지났네요. 이렇게 계속 지역에 웃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웃음을 전하기 위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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