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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더한 어려움이 와도 함께 이겨낼래요”..
사회

“더한 어려움이 와도 함께 이겨낼래요”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5/10/27 09:17 수정 2015.10.27 09:20
양산로타리클럽 주관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

22일 배내골 장선휴마을에서 전통혼례 올려




가난과 허기에 시달리다 죽을 각오로 탈북을 마음먹었다. 목숨을 걸고 건넜던 두만강 물살은 시리도록 아픈 기억을 싣고 무심히 흘러갔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숨기며 지켜보던 보초병의 어두운 그림자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혹여나 들킬까 봐 숨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었던 그 날.

그렇게 날이 선 수십 겹 철조망을 뒤로 하고 남으로 넘어 온 지 4년이 흘렀다. 처음 양산에 내려와 이곳 생활과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머니가 건네는 따뜻한 한 마디와 손길이 그리운 날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불안하고 외로운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 보금자리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이산가족상봉으로 남ㆍ북이 떠들썩한 가운데 북한이탈주민 세 쌍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2일 배내골 장선휴마을 입구 시골밥상가든 앞마당에서 이들 세 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

이들은 각자 사연을 안고 북에서 남으로 내려와 소중한 인연을 만났지만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세 쌍 중 한 쌍은 각자 북에서 남으로 내려와 만났고, 나머지 두 쌍은 북에서 내려온 여성과 남한 남성이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만나 북한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넉넉한 삶을 살 것이라 기대했지만 남한의 현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목숨을 걸고 탈북에 성공했지만 남한에서 자리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남한으로 내려오기 전에 탈북 과정에서 적발될까 두려움에 떨었던 시간 때문에 집안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작은 인기척에도 놀라야 했다. 그리고 경찰만 보면 자신을 잡으러 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몸을 숨기기 바빴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조금씩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지만 탈북과 정착 과정에서 남은 정신적 상처는 지울 수 없는 잔인한 문신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들의 상처에 따뜻한 손길이 전해졌다. 양산로타리클럽(회장 정칠록)이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부부로 살아가고 있던 이들에게 결혼식 비용을 지원해주고, 장선휴마을에서 장소를 마련해준 것. 경제적 이유와 남한에 적응하느라 꿈꾸지 못했던 결혼식.

이날 전통혼례로 치러진 결혼식에서 세 쌍의 부부는 곱디고운 혼례복으로 차려 입고 누구보다 엄숙하게 평생을 함께하겠노라 약속했다. 또한 비록 북에 남겨둔 가족들이 함께하지 못했지만 장선휴마을과 양산로타리클럽, 양산경찰서에서 하객 200여명이 참석해  마치 자신들 가족처럼 이들의 앞길을 축복했다.

이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세 쌍의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탈북을 결심한 후 남한에 오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남한에서의 삶 역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가듯 좌절하지 않고 지금 함께 평생의 연을 맺은 사람과 제2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결혼식을 준비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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