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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주한미군이 농사를? 체험은 ‘아이디어’에서..
기획/특집

주한미군이 농사를? 체험은 ‘아이디어’에서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5/10/27 17:22 수정 2016.04.21 17:22
■ 체험관광 바탕으로 6차산업 펼치는 칠곡 ‘송광매원’
좋은 품질 위해 송광사 매실만 계약재배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한국농업, 6차산업에서 길을 찾다
② 마을 전체가 체험 무대… 구석구석이 ‘감미롭네’
③ 주한미군이 농사를? 체험은 ‘아이디어’로부터
④ 농사는 농사꾼이, 판매는 장사꾼이~
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프랑스 갈리농장
⑥ 치즈 하나로 세계 최고 마을이 되다
⑦ 와인ㆍ맥주… 관광 이끄는 독일 농업
⑧ 6차산업, 끊임없이 변화해야 생존한다


경북 칠곡군 기산면 죽전리 ‘송광매원’(대표 서명선)은 매실 가공 상품 판매에 농촌체험을 가미한 농업회사법인 형태의 6차산업 기업이다. 주요 가공 상품으로는 매실액기스와 매실고추장, 매실식초 등 매실을 1차 가공한 상품과 자소, 흑마늘, 흑초, 사과즙 식초, 베이컨, 소시지 등 다른 가공품에 매실을 가미한 형태까지 아주 다양하다.


일본 음식점 하던 도중 식중독 발생
매실 항균작용 발견하고 사업 시작


서명선 대표가 6차산업에 발을 담군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서 대표는 과거 가맹점을 몇 개나 둘 만큼 큰 일본음식점을 운영했다. 그러다 지점 한 곳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날 생선을 재료로 쓰는 음식점이다 보니 세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이후 서 대표는 항균력이 뛰어난 매실 연구에 빠져들었다. 상품으로 개발해서 일본 시장에 판매할 계획까지 세웠다. 서 대표는 좋은 매실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다 영남대 교수들과 함께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600년이 넘은 매실나무를 발견하게 됐다. 당시 권병탁 박사가 송광사 매실 열매를 발아시켜 나무로 키워내자 서 대표는 이를 가꾸기 시작했다. 

송광매원은 체험 사업이 유명하다. 크게는 유기농을 주제로 하는 수확 체험과 농가 레스토랑 운영, 팜캠핑(Farm Camping)과 파티 등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오히려 일반 농작물 수확 체험은 많지 않다. 이러한 체험과 더불어 일반 여행객이 단순 숙박(캠핑)도 할 수 있도록 해 관광객 발길이 일년 내내 이어지는 곳이다.

체험 사업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은 바로 미군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캠프다. 미군가족들과 한국인들이 농장에서 함께 파티를 즐기며 서로 교류하는 것으로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체험 관광객 수요를 지역 외부로 확대해 결과적으로 도농교류활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서 대표는 미군가족 대상 영어캠프를 다문화가족을 위한 행사로 확대했다. 다문화가족 참여는 단순히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함께 모임을 즐긴다는 의미 이상이었다. 다문화가족들은 포틀럭 파티(Potluc Party, 각자 자신이 만든 음식을 한 가지씩 가져와서 여는 모임)를 통해 미군부대 가족과 한국인 가족을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을 했다.

외국인과의 모임은 아이들 외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학습 동기를 부추기는 효과도 있다. 이는 한국인 가족들이 해마다 영어캠프를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미군가족과 다문화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교류를 통해 언어 장벽은 물론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인종 차별의 높은 벽도 허물고 있다.


주한미군 대상 체험프로그램 개발하자
한국인ㆍ다문화가정과도 교류 물꼬 터


미군가족을 초청해 영어캠프를 해야겠다는 건 서 대표 아이디어다. 칠곡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관광객이 드물다. 그래서 서 대표가 고심 끝에 떠올린 게 주한미군을 이용한 영어캠프다.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한국인 부모의 열망을 잘 활용한 경우다.

서 대표는 “어떤 사업을 하던 간에 조건이 잘 갖춰졌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없는 조건을 탓하고만 있을 일은 아니지 않냐”며 “부족한 부분은 아이디어로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체험 관광은 아이디어로 충분히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는 분야”라며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그 대상은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광매원은 가공 산업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송광매원이 1년간 사들이는 매실은 약 100톤 정도다. 이 가운데 25톤은 자체 농원에서 충당하고 나머지는 순천 인근에서 계약재배로 조달한다. 송광사 인근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매실만 재료로 쓴다. 매실 100톤 가운데 약 30톤은 그대로 판매하고 70톤은 가공한다. 현재 판매중인 가공식품은 식초와 자소엽차 등 모두 13가지다.

가공식품은 주로 소비자 직거래로 판매한다. 사업 초기에는 대형마트에 납품했지만 이른바 ‘갑질’을 경험하고 유통처를 바꿨다. 현재는 ‘초록마을’ 등에 ‘매실연가’라는 상품명으로 납품하고 있다. 일본으로 수출도 많이 한다.

송광매원의 성과라면 15년 이상 매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로 다양한 가공상품을 개발해왔다는 점, 그리고 체험 상품의 개발로 3차 산업 활성화는 물론 1차산업의 소비층까지 확보했다는 부분이다.

송광매원은 앞으로 와인과 수제맥주 개발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햄,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은 성공단계에 이른 만큼 이들과 어울리는 와인, 맥주 등의 개발도 고민 중이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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