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예로부터 지역 간 교류와 물자 수송을 위한 교통로였지만 그 기능을 상실한 이후 하천 기능에만 머물러왔다. 하지만 최근 하천 생태공원을 기반으로 한 체험형 관광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낙동강 뱃길이 주목받고 있다. 낙동강 뱃길 문화관광루트 조성을 통해 낙동강 경관과 생태, 문화, 관광이 한데 어우러져 지역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지난해 8월 취항한 낙동강 생태탐방선과 함께 전라남도와 충청남도의 뱃길 사업 사례를 살펴보고, 앞으로 낙동강 뱃길 복원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다시 열린 낙동강 뱃길… 낙동강 에코호
② 순천만의 자연을 한눈에 생태체험선
③ 문화를 실어나르는 영산강 황포돛배
④ 삼천궁녀 낙화암 옛이야기 품은 백마강 유람선
⑤ 낙동강 뱃길, 양산 관광 블루오션 될까
2008년 도입 후 4척 운항, 올해 쾌석 관광선 추가 도입
현재까지 누적 탑승객 14만여명… 특색 있는 관광상품 평가↑↑ 영산강 영산포 황포돛배 나루터 ⓒ
영산강(榮山江)은 본류 총 길이 약 150㎞, 유역 면적은 약 3천551㎢로, 우리나라 서남부 핵심 지역을 가로지른다. 유역 면적이 전라남도 총면적의 약 29%를 차지할 정도다. 해서 한강, 낙동강, 금강과 함께 우리나라 4대강에 속한다.
전남 나주시 영산동을 중심으로 영산강 남안에 있던 하항(河港)인 영산포는 조선 초기 남부지방 전세(田稅)를 거둬 영산창에 모았다가 서울로 운반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중종 때 영산창이 폐지되면서 조운(漕運) 기능을 상실했으나 목포가 개항하고, 일본인 미곡상이 등장하면서부터 주요 포구가 됐다. 1960년대까지 포구 역할을 하던 영산포는 철도와 도로 건설에 의한 교통 발달과 토사 퇴적 등으로 하항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
이곳 영산포에 조선 시대 때 운항하던 황포돛배가 다시 등장했다. 황포돛배는 말 그대로 누런 포를 돛에 달고, 바람을 동력으로 어업이나 물자 수송에 이용했던 배다.
나주시는 영산강을 누비던 황포돛배를 재현해 뱃길을 체험하는 관광상품으로 운영하고, 나주와 영산강을 알리는 대표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8년 5월 황포돛배인 빛가람 1호와 2호를 도입했다. 빛가람호는 12인승, 3.4톤 규모의 소형 선박이다. 이후 나주시는 96인승, 97톤 규모의 대형 선박(국내 최대 목선)인 왕건호를 2012년 9월, 49인승 24톤 규모의 중형 선박인 나주호를 2015년 6월 각각 추가 도입했다.
영산포 선착장에서 천연염색박물관 선착장까지 왕복 10km(7~8노트, 소요시간 55분)를 운항하는 선박 4척은 2008년 5월 첫 취항 이후 현재까지 14만605명이 탑승해 5억2천200여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양귀비 축제와 연계됐던 2009년 탑승객이 2만4천여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다가 2013년과 2014년 1만3천여명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10월 초까지 2만2천여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 탑승자 대부분이 유료 탑승객으로 역대 최고 수익(1억1천여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나주시는 83인승 43톤 규모의 쾌속 관광선인 영산강호를 건조해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영산강호는 앞서 도입한 황포돛배와 달리 죽산보~영산포~나주대교~승촌보 간 20km 구간을 13노트(25km/h)로 1시간대에 운항한다.
나주시는 영산강호 도입을 통해 선상체험 프로그램 활성화와 승촌보 등 주변 관광지로 방문객을 유인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주시는 영산강호 도입에 대해 “지난 1977년 영산호 하구언 둑 준공으로 중단됐던 내륙 뱃길에 38년 만에 현대식 유람선이 투입되는 것”이라며 “2008년 영산강 황포돛배 사업을 시작으로 문화가 흐르는 영산강 조성을 통해 나주 관광을 이끌어 왔고, 특히 2012년 국내 최대 목선 왕건호를 운항하면서 특색 있는 관광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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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사’와 ‘아비사’의 사랑 깃든 앙암바위ⓒ
영산강으로 따라 영산포구로 올라오다 보면 56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이 보인다. ‘앙암바위’다. 바위 아래 강물이 소용돌이치면서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잦아 사람들은 이곳에 용이 살고 있다고 믿었고, 안전한 항해를 위해 용진단에서 제를 올리기도 했다. ⓒ
앙암바위는 백제 시대 아비사와 아랑사의 슬픈 사랑 전설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백제 때 아랑사라는 어부가 있었다. 고기잡이에 나섰는데, 하루는 건너편에서 여인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비사라는 처녀였는데, 병에 걸린 아버지가 물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으나 물고기를 잡을 길이 없어 울고 있었던 것이다. 아랑사는 당장 물고기를 잡아줬고, 곧 둘은 연인이 됐다.
하지만 아비사가 살던 마을 청년들이 둘의 사랑을 시기했고, 결국 아랑사를 꾀어내 바위 아래로 떨어뜨려 죽였다. 아비사는 낙담했고, 마을 사람은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아비사가 외출이 잦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마을 젊은이들이 아비사 뒤를 밟았는데, 강에서 바위를 타고 올라온 구렁이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불길한 징조로 여긴 마을 젊은이들은 구렁이와 아비사를 바위 아래로 굴려버렸다. 이후 젊은이들은 하나둘 앓다가 죽었고, 두 마리의 얽힌 구렁이가 마을에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무당을 불러 음력 8월에 씻김굿을 했고, 그 뒤로 구렁이도 나타나지 않고, 젊은이가 죽는 일도 없어졌다고 한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