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반드시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
지난 2일 신명초등학교 앞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마을버스가 불법 유턴을 하다 사고를 냈다. 사고를 낸 마을버스는 인도와 도로 사이에 쳐 놓은 울타리를 부수고 아이들 통학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울타리까지 뚫었다.
사고 발생 시각은 오후 12시 30분. 아이들 하교 시간(오후 12시 50분) 직전이었다. 다행히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사고 위치와 규모로 봤을 때 피해자가 없었던 것은 ‘천운’이라고 목격자들은 입을 모았다.
앞서 하인리히 법칙을 언급한 것은 해당 사고지점이 평소 위험이 꾸준히 지적돼 온 곳이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실제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다고 한다. 특히 사고 지점이 초등학생 통학로와 맞닿아 있어 학부모들은 그 위험에 대해 크게 걱정해 온 곳이기도 하다.
실제 학교와 학부모회는 ‘불법 유턴 금지’, ‘스쿨존 지키기’ 등 여러 차례 계몽운동을 진행했다. 곳곳에 현수막과 경고 표지판도 걸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지점 바로 옆에는 아직도 불법 유턴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이런 노력에도 운전자들, 특히 마을버스 기사들은 보란 듯 불법 유턴을 계속했고 결국 큰 사고를 냈다.
주민은 사고 이후 크게 분노했다. 그동안 행정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양산시는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그 결과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행정에 몇 차례나 민원을 제기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양산시는 늘 도로 구조상 (불법 유턴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답답해했다.
![]() |
↑↑ 지난 2일 평산동에 있는 신명초등학교 앞에서 불법 유턴을 하던 마을버스가 학생 통학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
ⓒ |
양산시 “도로 구조상 방법 없다”며 사실상 방관
신명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버스 기사들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양산시는 (유턴하지 말고) 우회하도록 계도했다는 데 이를 지키는 운전자를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 다친 사람이 없다는 건 그야말로 천운”이라며 “당신들의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고, 만약 사고 순간 그 근처에 있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냐”며 분개했다.
그는 “사고가 나고 나니 이제야 부랴부랴 우회하는 차들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 당장 CCTV로 불법 유턴을 단속하고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유턴을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측도 이번 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최둘선 신명초 교감은 “아이들 안전이 늘 위협받고 있어 지난 5월부터 석 달 간 학부모들과 함께 사고 지점에서 교통안전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법 주차와 불법 유턴 차량으로 아이들은 위험한 상태”라며 “해마다 캠페인을 해 왔지만 여전히 개선된 게 별로 없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학교와 학부모, 주민 불안에도 불구하고 양산시는 사고 이후에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산시 교통행정과는 “일단 사고 지역 외에는 주변에 차를 돌릴만한 공간이 없다”며 “유일하게 (회차 공간으로) 삼신교통 차고지가 있긴 하지만 사유지라 행정에서 강제할 수 없어 협조를 요청해 놓은 상태”고 답변했다.
중앙분리대 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유턴할 장소가 없기 때문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막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사고 지점에서 유턴은 분명 불법이지만, 그곳이 아니면 차를 돌릴 장소가 없기 때문에 중앙분리대 등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통행정과는 “일단 마을버스 대표와 이야기했고 다방면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이번에 사고도 있었고 우리도 강력하게 경고한 만큼 버스회사측에서도 많이 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산시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이번 달부터 사고 지점에 통학로 확장 공사가 예정돼 있다. 불법 유턴 차량에 공사 차량까지 뒤엉켜 사고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
↑↑ 사고로 울타리가 파손되자 학교와 양산시는 끈으로 임시 조처했지만 통학로를 걷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위험해 보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