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명인 영업비밀과 산업기술, 아는 만큼 지킬 수 있습니다”
양산경찰서(서장 박천수)가 이례적으로 중소기업 영업비밀 유출 예방 활동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기업청, 국정원이 아닌 일선 경찰이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에 나선 사례가 없었기 때문.
경찰은 지난 4일 양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후 산단 경쟁력 강화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체 대표 100여명을 대상으로 ‘산업기술 유출 피해예방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최근 경남 거제시에 있는 국내 조선사 3곳에 위장 취업해 해양플랜트 관련 핵심기술을 빼내려던 인도인이 구속된 가운데, 그 피해규모가 3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기술 영업비밀 유출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열려 더욱 관심이쏠렸다.
양산시는 부산과 울산, 경남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탓에 크고 작은 기업 2천여개가 밀집한 산업도시다. 그 가운데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도 상당수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탓에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지난 2008년 대학 선ㆍ후배 사이였던 2명이 양산시에 있는 산업용 접착제와 코팅제를 생산하는 H업체에서 함께 퇴직한 뒤 각종 기술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들고나와 새 회사를 차려 5년 동안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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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4년에도 다른 H업체 직원으로부터 국내 시장 점유율 70%대 핵심기술인 자동차 문에 부착하는 고무코팅제 생산기술을 건네받아 H사 납품단가보다 낮춰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기존 거래처를 빼앗아 H업체는 막대한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영업비밀 유출 피해 411건 가운데 88%에 달하는 356건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안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영업비밀 유출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영업비밀 유출 피해 111건에 50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해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양산경찰서 외사담당 성인제 경사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단 한 번의 기술로 존망의 기로에 설 수 있는 만큼 영업비밀 관리 전담인력을 지정하거나 영업비밀 개발ㆍ보관 장소를 별도로 만들어 관리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명회를 들은 한 기업체 대표는 “경찰에서 영업비밀 유출을 수사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이렇게 홍보하는 것도 처음 봤다”며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국정원 등에서 홍보하는 것은 봤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일선 경찰이 직접 홍보하는 것을 보니 그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각심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