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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소비자에 수확 맡기고 농사 인력 효율 강화..
기획/특집

소비자에 수확 맡기고 농사 인력 효율 강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5/11/10 17:17 수정 2016.04.21 17:17
■ 프랑스 대표 도시농장 - 갈리농장(le Fermes de Gally)
대도시 인근 지리적 장점 활용 직거래 중심 운영
회원제 통해 맞춤형 농장 정보와

사실 프랑스 등 유럽 농업에는 6차산업 개념이 별로 없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생산(1차)에 가공(2차)과 관광ㆍ체험(3차)을 접목해 6차산업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유럽은 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이어온 게 가공과 체험산업으로까지 연결된 형태다.

물론 정부 정책 지원이 뒷받침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농민 스스로 산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6차산업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단순히 관광객이 많은 나라여서, 체험과 관광 덕분에 6차산업이 발전한 게 아니란 의미다.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한국농업, 6차산업에서 길을 찾다
② 마을 전체가 체험 무대… 구석구석이 ‘감미롭네’
③ 주한미군이 농사를? 체험은 ‘아이디어’로부터’
④ 농사는 농사꾼이, 판매는 장사꾼이~
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프랑스 갈리농장
⑥ 치즈 하나로 세계 최고 마을이 되다
⑦ 와인ㆍ맥주… 관광 이끄는 독일 농업
⑧ 6차산업, 끊임없이 변화해야 생존한다



갈리농장(le Fermes de Gally)은 프랑스 대표 6차산업 농가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서쪽으로 승용차로 약 30분을 달리다 보면 베르사유 궁전 인근에서 광활한 농장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갈리농장이다. 총 면적은 약 60헥타르(60만㎡, 약 18만평) 정도다. 생산(체험)농장과 함께 별도의 판매장(유통전용매장)과 체험, 농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장도 운영 중이다.

갈리농장은 넓은 규모만큼 농작물도 다양하다. 최소 50여종이 넘는다. 사과, 딸기, 옥수수, 감자 등 과일부터 채소, 야채, 화훼류까지 웬만한 농산물은 다 있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작물 재배로 11월 말에서 이듬해 3월까지 농한기를 제외하면 1년 내내 농작물을 수확한다. 1년 내내 소비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작물별 수확시기 알려주며 고객 관리
대도시 인근 위치해 주말농장으로 인기


갈리농장은 매년 소비자들에게 각종 농작물 수확 시기를 알려준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하고 회원들에겐 전자우편으로도 전송 한다. 정보를 받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할 작물이 언제 가장 맛있게 익을지 알 수 있게 돼 구매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

갈리농장은 기본적으로 회원제로 운영한다. 물론 비회원이라도 언제든 농장에서 농산물을 구입하고, 체험도 할 수 있다. 다만 회원에게는 농산물 구매와 체험에서 기본 10% 할인을 제공한다. 회원 가입비가 연간 8유로(약 1만원) 수준이다.

농작물 구매는 현장에서 직접 수확해 무게를 재는 형태다. 가지에 매달려 있는 농작물을 본인이 직접 골라 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 소비자들은 농장 입구에 위치한 계산대에서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갈리농장의 가장 큰 장점은 파리라는 대도시와 가깝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농장을 찾는다. 실제 취재진이 평일(목요일) 오전에 방문했음에도 많은 사람이 농장을 찾아 직접 수확하고 있었다.

소비자 직접 수확하게 해 일손 부족 해결
관리 안 돼 못 생겨도 ‘건강 과일’ 인식


도시 근교 농장은 농산물 직거래, 체험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주말농장’ 운영에도 강점을 가진다. 농장 일부를 도시 소비자들에 분양해 직접 운영하게 하고 필요한 교육도 무료로 한다. 토지 분양을 통해 얻는 수익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주말농장을 통해 소비자들이 갈리농장과 친숙하게 되고, 이는 곧 새로운 고객 유치로 이어진다.

농장은 형제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운영한다. 가족 외 10여명이 정규직으로 일하며 농번기에는 시간제로 30여명 정도가 일한다. 농장 규모에 비해 일손이 적다. 그래서 가능한 소비자들이 직접 수확하게 한다. 가장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수확’을 소비자 손을 빌려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직접 수확하다보니 무한 신뢰를 보낸다.

가지에서 떨어진 과일을 딱히 정리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60헥타르 농장을 10여명의 직원이 관리할 수 있는 이유다. 규모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갈리농장과 똑같이 농장을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농업의 고질 문제가 일손 부족이라는 점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 소비자들은 농장을 찾아 직접 수확하거나 수확해 놓은 상품을 골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다.


수확뿐만 아니라 재배 단계에서도 우리나라 농업만큼 정교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관리비용 대비 편익 때문이다. 그래서 과일  모양이 예쁘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마저 ‘건강하게 자랐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1980년대 후반부터 쌓아온 농장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정리하자면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갈리농장은 우리 농업에 ‘롤 모델’(Role Model)이 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농촌의 고질 문제인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그들의 방식과 대도시 인근에서 ‘도시농장’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충분히 참고 가능하다. 어쩌면 부산과 울산 등 파리 못지않은 대도시와 인접한 우리 양산지역이라면 갈리농장 부럽지 않은 도시농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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