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미술과 패션에 관심 가져
‘컬러캐라피’ 편지지 만들고 초상화 작업까지ⓒ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박희영(22, 상북면) 씨. 그는 한국 교육에 답답함을 느껴 대학에 가지 않고, 남다른 끼와 재능으로 세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직장인 대상 토익 과외, 세달 전 기획한 컬러캐라피, 한 달 전부터는 초상화 그리기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 왼쪽 김연아 초상화 작업, 오른쪽 유아인 초상화 작업 ⓒ
박 씨는 그만의 추진력으로 지난 8월 말 서울 여행에서 머릿속으로 떠올린 ‘컬러캐라피(컬러테라피와 캘리그라피를 접목한 신조어)’ 사업을 2주 만에 행동으로 옮겼다.
“컬러테라피(색채를 통해 심리의 진단, 치료 등을 하는 것)와 캘리그라피(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는 최근 ‘감성취미’로 큰 인기를 얻었어요. 사람들이 색칠놀이로 위안을 받는 모습을 보며 두 가지 취미를 함께 즐길 방법을 고민했죠. 고민 끝에 제 그림 실력과 친구 이유정(22, 부산 남산동)의 손 글씨를 접목해 엽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컬러캐라피 작업 ⓒ
박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애니메이션 ‘웨딩피치’ 의상을 보고 패션 디자인에 대한 꿈을 꾸면서 그림에 관심을 가졌다. 미술학원에 등록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학원을 다녔다. 당시 그는 고등학생보다 크로키(회화에서 초안ㆍ스케치 등 뜻을 지닌 기법상 용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며 자신의 적성과 손재주를 알게 됐다. 하지만 입시미술로 들어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교육에 답답함을 느껴 학원을 그만뒀고, 좀 더 자유로운 패션 전문 학원을 찾았다.
17살 ‘대한민국패션대전’ 입선
웹툰 등 새로운 분야 개척 목표
“패션 전문 학원에서 기초과정까지 공부하고 ‘대한민국패션대전’에 나갔어요. 1차에서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2차 발표는 보지도 않았죠. 그런데 학원에서 2차를 통과하고, 마지막 3차까지 올라갔어요. 저는 8등신에 얼굴을 작게 그리는 대신 6등신에 큰 얼굴, 보라색 피부를 가진 사람을 그렸고, 그에 맞는 옷을 디자인했죠”
대한민국패션대전은 패션 분야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상을 주는 국내 최고 권위 패션 콘테스트다. 당시 박 씨는 콘테스트에 최연소로 입선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콘테스트를 계기로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늘여갔다.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전 제 꿈은 세계 최고 디자이너였어요. 하지만 대회를 통해 최고보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더 큰 세상에서 배워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영국 디자인학교 ‘세인트마틴’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정했죠. 고3 때부터 3년 동안 유학을 준비했어요”
박 씨는 2년 만에 세인트마틴에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IELTS(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주관하는 국제 영어 능력 시험) 성적을 갖췄다. 이후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했지만 매년 한 명 이상 보내던 서울 유명 패션학원에서도 합격자가 없을 정도로 문이 높아졌다. 그렇게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준비 기간에 배운 것은 초상화 작업, 웹툰 스토리 기획 등의 분야 개척에 도움이 됐다.
“3년 동안 준비한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그 덕분에 공부한 영어로 토익 과외도 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가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그림과 지금 기획하고 있는 만화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졌어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존에 없는 창작물을 만들고 싶어요. 이제 만화까지 하면 네 가지 직업을 가지게 되겠네요. 앞으로 더 많은 직업과 삶을 체험하며 사는 것이 제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