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는 참가 기업 명단을 보고 또 봤다. 면접관 앞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잠재력과 가치를 설명했다. 기업은 찾아온 구직자에 묻고 또 물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많은 질문을 던졌고 답변에 귀 기울였다. 양산시는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구직자와 구인기업들이 혹여 불편해하지 않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노력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 행사장 동원 논란까지 일어
‘2015 양산시 일자리채용마당’이 열린 종합운동장 체육관. 지난 12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구직자와 구인기업은 물론 행사를 주최한 양산시까지 구직ㆍ구인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양산지역 26개 기업이 숨은 인재를 찾기 위해 면접장을 차렸다. 구직자 1천여명(양산시 추산) 역시 희망을 품고 체육관을 찾았다. 양산시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382명이 면접을 봤고 26명이 구직 결실을 얻었다. 211명은 2차 면접대상자로 선정됐다. 구직자와 구인기업, 양산시까지 채용박람회 성공을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 채용박람회 역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먼저 구직자와 구인기업 눈높이 차가 여전했다. 구직자들은 구인기업 대부분이 생산직만 뽑고 있다며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번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26곳 가운데 생산ㆍ현장직 구인 업체가 22곳이었다. 직종에 대한 아쉬움은 특히 젊은 구직자층에서 컸다.
기업에 관한 정보 부족도 문제였다. 박진호(33, 중부동) 씨는 “모집 직종에 단순히 생산직이라고 돼 있으니 뭘 생산하고 어떤 기계를 다루는지는 면접을 보기 전엔 알 수가 없다”며 “자세한 정보가 있으면 면접에 대한 부담이 좀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은 구직자 눈이 높아 아쉽다고 말했다. 생산직 근로자를 뽑는 한 기업은 “비록 생산직이지만 오래 함께 일할 젊은 친구를 뽑고 싶은데 지원자는 대부분 50대 이상”이라며 “다른 업체에 비해 연봉이 낮은 편이 아닌데도 젊은 친구들 성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 양산지역에서 채용박람회가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부산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다는 업체는 “그때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채용박람회였고 규모도 커 많은 기업과 구직자가 참여했는데 오늘 박람회는 실속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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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업이 많은 지역에서 채용박람회와 같은 형태의 구직ㆍ구인 활동이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채용박람회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은 근본적으로 구직자와 기업의 눈높이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런데도 행정이 외형적 성공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양산시는 이번 박람회에 구직자 1천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구직자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양산시가 공공근로자 등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들을 참석하도록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양산시 발표를 더 신뢰하기 힘들다.
일회성 행사보다 내실 있는 정책 필요
계층별 맞춤형 지원 서비스 고민해야
양산시는 기간제 근로자 ‘동원’ 논란에 “12월 사업이 종료되는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기간제 근로자들이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더 좋은 일자리를 찾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현장에서 실제 면접을 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가 뭐 하는 자리인지도 모르고 왔다”는 한 기간제 근로자는 “2시까지 와서 확인도장을 받아가면 2시간 일한 것으로 해준다 해서 왔을 뿐”이라며 확인증에 서명을 받자마자 행사장을 떠났다.
양산시도 채용박람회를 준비하며 분명 많은 노력을 했다. 일자리 상담사들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구직자 한 명, 한 명을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자세히 살폈다. ‘청년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인력개발원에 도움을 요청, 100여명의 청년들을 행사장으로 이끌었다.
그동안 위탁했던 행사도 직접 준비해 예산을 아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구직자와 기업 누구도 알아주기에 역부족이었다. 정작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마다 반복되는 실효성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맞춤형’ 구직ㆍ구인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산시가 구직자와 구인기업 양측의 정보를 수집ㆍ비교하고 공통분모를 찾아 서로 연결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박람회에서 양산시 일자리 상담사 15명이 참여해 그런 역할을 맡아 구직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우선 양산시가 지역경제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고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애로사항을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이후 일상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어 내실 있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