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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치즈 하나로 세계 최고 마을이 되다..
기획/특집

치즈 하나로 세계 최고 마을이 되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5/11/17 17:14 수정 2016.04.21 17:14
■ 치즈향 가득한 작은 마을 - 스위스 에멘탈(Emmental)
스위스 에멘탈, 치즈가 지역경제 70% 이끌어
로컬푸드 열풍ㆍ지역 유통업체 경쟁으로 급성장

에멘탈은 스위스 수도 베른 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베른은 2012년 기준 인구가 13만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작은 도시지만 ‘에멘탈’이란 이름은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오히려 수도 베른보다 더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치즈 때문이다.



에멘탈 치즈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삼각형 모양에 구멍 숭숭 뚫린 치즈가 바로 에멘탈 치즈다.



에멘탈지역은 대부분 낮은 산지로 이뤄져 있다. 지형상 일반 작물농업보다는 축산과 낙농이 적합한 곳이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13세기부터 치즈를 본격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는 6차산업 가운데 체험형 사업들이 많지 않은 게 특징이다. 물론 사금 캐기, 야생마 트레킹, 승마 등 체험활동이 있긴 하지만 농가 주 수입원은 아니다. 3차산업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해 거둬들이는 관광수익이 대부분이다. 이런 관광수익은 농가이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대신 스위스는 에멘탈 치즈에서 보듯 2차산업, 즉 가공산업이 농가 수익을 이끈다. 스위스 6차산업 특징이다. 유럽 전체 우유 생산량의 6%가 에멘탈 치즈 생산에 쓰인다고 할 정도다. 에메탈지역은 치즈가 경제의 70%를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에멘탈지역은 치즈 생산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원유 품질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젖소 품종부터 ‘스위스 브라운’을 고집하는 이유도 우유량은 ‘홀스타인’ 종에 비해 적지만 유단백이 높아 치즈 원료로 적합하기 때문.



치즈용 원유 생산을 위해 젖소들에게 사일리지(수분이 많은 풀이나 곡물을 저장해 젖산 발효시킨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 사일리지를 먹은 젖소 원유로 치즈를 만들 경우 시큼한 맛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위스 연방정부가 ‘직불제’를 통해 축산 농가들이 품질 좋고 친환경적인 원유생산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도 에멘탈 치즈 세계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



스위스 사람들의 ‘로컬푸드’(Local Food )에 대한 관심도 에멘탈 치즈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음식을 즐기겠다는 로컬푸드는 에멘탈 치즈가 고급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여기에 에멘탈지역 생산품만 취급하는 2곳의 대형 유통업체가 서로 경쟁하는 것도 유통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라는 점에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에멘탈지역에는 대형 치즈 농가가 두 곳 있다. 취재진이 그 중 한 농가를 방문했는데 실제 치즈 제조 공장을 홍보관 형태로 꾸며놨다.



홍보관에 들어서면 홍보 직원이 헤드폰과 mp3를 나눠준다. mp3 안에는 총 12개의 녹음파일이 들어있는데 치즈 생산과 가공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농장(홍보관) 안을 돌아다니면서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번호 녹음을 틀면 눈앞에 보이는 시설과 사진, 표, 그림 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 농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mp3를 통해 치즈 제작 과정을 듣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부 지역정책 담당자 주르크 조르디(Jurg Jordi) 씨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홍보는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우유저장ㆍ가공시설에 대한 설명부터 효모를 이용해 우유를 발효시키는 방법, 실제 농부가 쓴 각종 기록들까지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아이들 호기심을 해결시켜 주는 것이다.



홍보관 2층에는 치즈 판매장이 있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치즈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치즈 판매장 옆에는 꽤 넓은 규모의 식당도 있다. 식당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이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식당 수익의 상당 부분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 일부 농가에서 관광객만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과 다른 점이다.  

↑↑ 취재진이 방문한 치즈농장은 관광객들이 실제 치즈 제조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처럼 13세기부터 지금까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에멘탈 치즈’는 6차산업 가운데 가공(2차)산업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 농가뿐만 아니라 일반 6차산업 농가들도 가공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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