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동 ‘쿠이 삼겹살’(대표 신갑섭)도 특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 더덕구이삼겹살이다. 삼겹살에 더덕 가루를 뿌릴 것 같지만 의외로 조리법은 단순하다. 그냥 삼겹살과 더덕고추장구이를 함께 불판에 구워 먹기만 하면 된다. 대신 그 맛은 조리법의 단순함과 비교할 바 아니다.
더덕구이삼겹살은 불판 위쪽에 삼겹살을 굽고 그 아래 콩나물 무침과 묵은지를 놓는다. 그리고 묵은지와 콩나물무침 사이에서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더덕을 구우면 된다. 삼겹살과 함께 더덕을 구워내는 게 아니라 삼겹살과 더덕을 따로 굽는 거다. 더덕이 싫으면 삼겹살만 먹으면 된다.
↑↑ 모듬구이에 더덕구이를 더한 상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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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갑섭 대표가 삼겹살과 항정살, 등겹살(가브리살)을 함께 담아왔다. 콩나물, 김치와 하얗게 잘 손질된 더덕 한 접시도 가져왔다. 더덕에 버무릴 고추장 양념은 따로 가져왔다. 더덕의 싱싱함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참고로 쿠이 삼겹살에서는 고추장양념구이 역시 삼겹살과 양념을 따로 가져와 손님상 앞에서 버무려 굽는다. 양념에 미리 버무리면 삼겹살의 신선함을 소비자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 대표가 맥반석 불판에 고기와 함께 이들을 모두 올려 굽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보다 버무려진 더덕이 좀 더 빨리 익었다. 더덕을 먼저 맛봤다. 생각했던 맛이 아니다. 쓴맛이 날 줄 알았는데 전혀 쓰지 않다. 도라지와 달랐다. 단맛이 낫다. 고추장 양념과 잘 어우러져 매콤달콤했다. 예상을 빗나간 덕분에 더 신선한 맛이었다.
↑↑ 더덕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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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삼겹살을 맛봤다. 당연히(?) 맛있었다. 물론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그냥 ‘고기가 갑’이라는 말처럼 고소한 삼겹살 맛 그대로였다.
이번엔 더덕과 삼겹살을 함께 먹었다. 고소한 고기 육즙과 더덕의 달콤한 향, 그리고 고추장 양념의 매콤함이 어우러지니 작은 감탄사가 나왔다.
정신없이 먹었다. 불판에 오른 고기들이 절반쯤 자취를 감출 무렵 살짝 느끼해지기 시작했다. 고기의 고소함과 더덕의 단맛도 실컷 먹다 보니 한계가 온 듯했다. 신 대표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돼지기름에 자글자글 굽던 김치 한 점을 쓱~하고 내밀었다.
“이제 슬슬 고기가 물리죠? 고기는 많이 먹으면 물릴 수밖에 없죠. 이 묵은지를 더덕이랑, 고기랑 같이해서 한 번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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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표 추천대로 묵은지에 돼지고기 한 점과 더덕을 올린 뒤 젓가락으로 단단히 집어서 입에 넣었다. 고기와 더덕만 먹을 때 느껴졌던 느끼함을 묵은지가 싹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돼지고기와 고추장더덕구이, 그리고 묵은지라는 새로운 ‘삼합’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쿠이 삼겹살은 돼지고기 식당인 만큼 고기 선택도 신중하다. 신 대표가 3년간 직접 돼지를 길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선택한다. 11년째 같은 곳에서 납품받는데 이미 신 대표의 깐깐함은 소문이 나 있다. 업체에서 실수(?)로라도 덜 신선한 고기가 들어오면 어김없이 퇴짜를 놓기 때문이다.
참, 쿠이 삼겹살을 소개하면 빠뜨려선 안 될 게 있다. 바로 원동면 화재 텃밭에서 직접 길러 보기에도 싱싱한 각종 채소와 쌈, 그리고 된장찌개다. 비록 돼지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먹는 2천원짜리 된장찌개지만 웬만한 된장찌개 전문 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저렴한 가격이니 꼭 맛보길 추천한다.
신 대표는 자신도 소비자 관점에서 다른 식당에 가면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우고 연구한다고 말한다. 더덕구이도 그렇게 탄생했다. 다른 가게의 장점을 배우고 단점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고. 덕분에 상권이 쇠약할 데로 쇠약해 버린 중부동 택지에서 11년 넘게 장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 경남향토음식축제에서 입상한 더덕구이삼겹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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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손님 90%는 단골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이곳에 식당이 있는 것도 모를 만큼 상권이 많이 약해졌죠. 그래도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고마워서 앞으로 10년, 20년 변함없이 맛있는 음식을 연구하고 고민할 생각입니다. 그게 장사하는 사람 도리 아니겠습니까”
↑↑ 신갑섭 대표와 아내 박광자(사진 왼쪽)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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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처: 362-3909
■ 운영시간: 오전 11시~ 오후 10시 (연중 무휴)
■ 가격: 더덕구이삼겹살(600g 4만5천원, 360g 3만1천원), 더덕구이항정살(600g 5만5천원, 360g 3만7천원), 생삼겹살(120g, 7천원), 항정살(120g, 9천원), 가브리살(120g, 9천원), 모듬구이(720g 5만원, 480g 3만2천원), 더덕구이(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