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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독일, 유기농으로 경쟁우위 꿈꾸다..
기획/특집

독일, 유기농으로 경쟁우위 꿈꾸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5/11/24 17:13 수정 2016.04.21 17:13
■ 와인과 맥주의 나라 - 독일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한국농업, 6차산업에서 길을 찾다
② 마을 전체가 체험 무대… 구석구석이 ‘감미롭네’
③ 주한미군이 농사를? 체험은 ‘아이디어’로부터’
④ 농사는 농사꾼이, 판매는 장사꾼이~
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프랑스 갈리농장
⑥ 치즈 하나로 세계 최고 마을이 되다
⑦ 와인ㆍ맥주… 관광 이끄는 독일 농업
⑧ 6차산업, 끊임없이 변화해야 생존한다



“Das Leben ist zu kurz, um schlechte Biere zu trinken~!”
- 맛없는 맥주까지 마시기엔 인생이 너무나 짧다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München)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맥주 축제다. 1810년에 시작한 독일 전통 축제로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약 보름 동안 열린다. 매년 옥토버페스트에서는 평균 600~700만 리터의 맥주가 소비되며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600만명 이상 사람들이 모인다.

옥토버페스트에서 보듯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독일 맥주가 유명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독일은 토양에 석회암이 많아 지하수를 먹기 힘들다. 그래서 과거부터 물 대신 맥주를 마시게 됐고, 이는 자연스레 맥주 양조 기술 발달로 이어졌다는 설이다. 실제 독일에는 1천300여 맥주공장에서 5천500여종의 맥주를 생산하면서 ‘브라우마이스터’(Braumeister)라는 맥주 양조 기술자를 꾸준히 키워내고 있다.

여기에 과거 순수한 맥주 맛을 위해 ‘맥주순수령’을 법으로 명시한 것도 전통유지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맥주순수령은 맥주의 3가지 원료인 보리와 홉, 물 이외는 어떤 첨가물도 넣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독일은 맥주와 함께 와인도 유명하다. 프랑스, 칠레 등에 비해 우리나라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독일 와인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와인 생산지가 현재의 절반까지 줄어들었고 높은 수확량을 보장하는 개량품종과 경작지의 무분별한 확대로 위기를 겪었다. 특히 1971년 와인법 개정으로 이른바 ‘특급’ 와인이 대량생산되면서 오히려 와인계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 독일의 한 농가에서 운영하는 무인판매대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고르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고품질 맥주와 와인을 생산해 온 독일은 최근 원료 차별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자리를 꿈꾼다. 특히 와인은 1980년대 이후 대량생산 체계를 탈피하고 품질 고급화로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맥주와 와인 품질 고급화 방법으로는 양조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원료의 품질을 높이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EU(유럽연합) 전체에 부는 ‘유기농’ 바람에 따라 유기농업에 정책을 맞춰 농업을 이끌고 있다. 이런 유기농업은 독일 6차산업의 근간이기도 하다.

2013년 기준 독일에는 약 2만3천271개 농장이 유기농장이다. EU 전체 유기농장의 8.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판매 비중으로는 유럽 유기농의 31%로 EU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프랑스(18%), 영국(9%)과도 차이가 크다.

독일 유기농업 특징은 대부분 연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각 연합들은 유기농에 대한 각자의 안내지침을 갖고 있다. 일부는 EU 유기농업법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생산량에 따른 가격통제까지 이뤄지고 있어 농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농민 입장에서는 정부에 보고(신고)해야 할 내용이 많고 교육도 잦아 불편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 독일 역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농장마다 판매장을 갖춰 소비자들이 직접 수확한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 역시 친환경 유기농이 향후 농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규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취재진이 만난 한 농민은 “농민 입장에서 각종 규제가 많은 독일 농업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지속발전 가능한 친환경 농업으로 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정부가 수매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농민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일은 강력한 규제를 바탕으로 친환경 농업을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독일산 농작물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 이는 결국 맥주와 와인 등 2차 가공 상품에 대한 믿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실제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옥토버페스트가 독일 정부의 이러한 확신과 신뢰를 입증하고 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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