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9월까지 3곳의 국내 6차산업 농가를 둘러봤다. 10월에는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을 돌며 유럽의 6차산업을 기록했다. 그 기록들을 바탕으로 위기의 한국농업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진단해 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한국농업, 6차산업에서 길을 찾다
② 마을 전체가 체험 무대… 구석구석이 ‘감미롭네’
③ 주한미군이 농사를? 체험은 ‘아이디어’로부터’
④ 농사는 농사꾼이, 판매는 장사꾼이~
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프랑스 갈리농장
⑥ 치즈 하나로 세계 최고 마을이 되다
⑦ 와인ㆍ맥주… 관광 이끄는 독일 농업
⑧ 6차산업, 끊임없이 변화해야 생존한다
감미로운 마을
‘체험’이라는 6차산업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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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감미로운 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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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서 만난 관광객을 1차상품 고객으로 만들어 직거래로 판매한다. 백화점 납품으로 소비자에 품질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점과, 도농교류 확대를 통해 직거래 대상을 넓혀나가는 것도 기억할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직거래 활성화 덕분에 1차상품 판매가 안정되다 보니 수익 문제에 큰 고민이 없다.
다만 2차 가공상품에 대한 연구ㆍ개발은 아직 부족해 보였다. 많은 시설투자비 때문인데, 감미로운 마을을 이끌고 있는 강창국 녹색농촌체험마을 위원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송광매원
다양한 가공상품 개발 박차
경북 칠곡 송광매원은 매실액기스와 매실고추장, 매실식초 등 매실을 1차 가공한 상품과 자소, 흑마늘, 흑초, 사과즙 식초, 베이컨, 소시지 등 다른 가공품에 매실을 가미한 형태까지 아주 다양한 2차 가공 상품이 인상 깊었다. 송광매원이 1년간 사들이는 매실은 약 100톤 정도다. 그 가운데 70톤이 가공 상품으로 팔리는데 주로 소비자 직거래로 판매한다.
송광매원의 성과라면 15년 이상 매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로 다양한 가공상품을 개발해왔다는 점, 그리고 체험 상품의 개발로 3차산업 활성화는 물론 1차산업의 소비층까지 확보했다는 부분이다. 송광매원은 앞으로 와인과 수제맥주 개발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햄,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은 성공단계에 이른 만큼 이들과 어울리는 와인, 맥주 등의 개발도 고민 중이다.
제주홍암가ㆍ가파도청보리축제
생산과 판매의 이원화
반면 제주홍암가와 가파도청보리축제에서는 생산자와 판매자 분업형 6차산업 특징을 볼 수 있었다. 청보리를 생산하는 가파도 주민과 이를 가공ㆍ판매하는 제주홍암가 역할을 통해 6차산업을 이원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실제 가파도청보리축제 추진위는 농산물을 직접 가공하기보다 안정적 판매처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1년간 생산하는 100톤의 보리 가운데 40톤 정도만 마을에서 직접 포장ㆍ판매하고 나머지는 제주홍암가 등과 같은 가공업체에 넘긴다. 축제 추진위가 농민들이 보리 생산에만 집중하고 판매 문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판로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영세한 우리나라 농가 특성을 고려했을 때 투자비가 많이 드는 가공분야를 생산자가 아닌 전문 업체에 맡겨도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프랑스 파리 갈리농장
대도시 인근 농업의 성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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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농장은 해마다 소비자들에게 각종 농작물 수확 시기를 알려주는데 정보를 받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할 작물이 언제 가장 맛있게 익을지 알 수 있게 되고, 구매 시기를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갈리농장은 농장 규모에 비해 일손이 적어 가능한 소비자들이 직접 수확하게 한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일손 부족이라는 우리나라 농업의 고질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소비자들도 자신들이 직접 수확하다보니 상품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가졌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
가공산업과 정부 지원의 힘
스위스는 가공산업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더불어 정부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했다. 스위스는 6차산업 가운데 체험형 사업이 많지 않은 게 특징으로 3차산업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해 거둬들이는 관광수익이 대부분이다.
대신 스위스는 에멘탈 치즈처럼 2차산업, 즉 가공산업이 농가 수익을 이끌었다. 유럽 전체 우유 생산량의 6%가 에멘탈 치즈 생산에 쓰인다고 할 정도며, 에멘탈 지역은 치즈가 경제의 70%를 움직인다는 말이 있을 만큼 2차 가공산업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스위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화된 농장직불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스위스가 직불제에 많은 지원을 하는 이유는 농업이 제공하는 다원적 편익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농업이 단순히 식량을 생산ㆍ판매하는 기능을 넘어 식량난과 환경보전, 대기정화, 기후완화, 수질정화기능 등 국가와 환경 전반에 기여하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 2009년 기준 스위스 전체 농업예산에서 농업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4.3%다. 농가당 직불금은 약 4천600만원으로 한국의 42배다. 농민 1인당 직불금은 약 2천만원으로 이 역시 한국의 40배에 달한다.
물론 이처럼 많은 직불금을 지원하는 대신 직불제에 참여하는 농가는 ‘상호의무준수’ 여부를 엄격히 검열 받는다. 농가는 농장 위치와 노동력 구성, 작물과 가축 종류, 생산량 등 농업경영 전반에 대한 정보를 담은 종합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 유기농업법
친환경은 선택 아닌 필수
독일 6차산업은 농업이 계속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것들을 안내했다. 바로 ‘친환경’이다.
독일은 1980년대 이후 맥주와 와인 품질 고급화를 위해 원료 품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원료 품질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을 ‘친환경 유기농’에서 찾고 있었다. 2013년 기준 독일에는 약 2만3천271개 유기농장이 있는데 EU 전체 유기농장의 8.2%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판매 비중으로는 유럽 유기농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다.
독일 유기농업법은 EU 유기농업법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제 내용을 담은 경우가 많다. 생량에 따른 가격통제까지 이뤄지고 있어 농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민들 역시 친환경 유기농이 향후 농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규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양한 형태 6차산업
자신에 맞는 형태 찾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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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소비자 직거래를 통한 1차상품 판로 확보를, 송광매원에서는 2차 가공상품 개발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제주홍암가와 가파도청보리축제는 생산과 판매의 이원화를 통해 생산자와 판매자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볼 수 있었다. 유럽 사례에서는 대도시 근교라는 지리적 강점을 살리는 방법, 국가가 어떤 정책을 통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결국 6차산업은 하나의 고정된 형태가 아닌, 농가별, 작목별, 운영 방법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은 곧 6차산업 농가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6차산업이 위기의 한국 농업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서는 ‘취사선택’의 지혜와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함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