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장 의회 찾아가 ‘유감’ 표명… 다음날 정상 일정 재개
-나동연 시장이 정례회 기간 중 시의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시의회가 시장 사과를 요구하며 예산심의를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
지난 15일 제141회 양산시의회 2차 정례회 2016년도 당초예산안 심의를 앞둔 가운데 도시건설위원회 차예경 시의원(새정치연합, 비례)이 일정 중단을 요구했다.
차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일 나 시장이 한 공무원 모임에서 자신에게 삿대질과 함께 반말로 거친 언사를 쏟아낸 것도 모자라 다음 날인 10일 간부 모임에서도 욕설에 가까운 막말로 자신을 비난했다고 한다.
차 의원은 이번 시장의 태도가 단순히 의원 개인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 의회 전체에 대한 모욕인 만큼 시장 사과가 필요하다며 정례회 일정 중단을 요구했다.
차 의원 요구에 따라 도시건설위원회는 이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으며, 기획행정위원회 역시 회의를 중단하고 시의회 차원에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나 시장이 차 의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9일은 양산시가 내년 주요사업으로 의욕 있게 추진하던 복합문화타운 건설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가 시의회 승인을 받지 못한 날이다.
이날 저녁 차 의원은 양산시청 6급 이상 여성 공무원 모임인 ‘여우회’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나 시장을 만났는데 먼저 와 있던 나 시장이 차 의원에게 고성과 함께 삿대질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다음날인 10일에는 시청 고위공무원이 모인 자리에서 나 시장이 지난 저녁 일을 거론하며 차 의원을 초청한 사람이 누구냐며 공무원들을 다그쳤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의원들은 나 시장 태도가 의회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정례회 일정을 거부하고 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구나 시의회 본연의 기능인 예산 심의 결과에 대한 불만을 사사롭게 풀어낸 것 역시 집행부 수장인 시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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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절한 언행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나동연 시장이 지난 17일 열린 정례회 본회의에서 차예경 시의원과 시정질문을 주고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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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나 시장은 의원협의회에 참석해 부적절한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 오해가 생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참모들과 이야기한 내용 가운데 발언 앞뒤가 잘려 잘못 전해지다 보니 취지와 다른 이야기가 전달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내부 갈등 수면 위 미숙한 의회 운영 구설수
또한 나 시장은 복합문화타운 등 열정을 가지고 예산을 어렵게 확보한 일부 사업이 심의 과정에서 순탄하게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 감정이 격해진 사실이 있었다며 부적절한 표현으로 시의회를 불쾌하게 만든 일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시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나 시장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여 정례회 일정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예산 심의를 속개했다.
이번 일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의회 내부 갈등도 드러났다. 이미 정례회 파행의 계기가 됐던 복합문화타운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과정에서 시의회는 가결도 부결도 아닌 ‘삭제’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본지 605호, 2015년 12월 15일자>
지난 8일 시의회는 모두 4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심의하면서 복합문화타운 사업 건에 대해 찬성 6표, 반대 4표, 기권 2표로 승인키로 결정했지만 다음날인 9일 회의규칙을 확인한 결과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인 7명의 찬성을 얻지 못한 사실이 밝혀져 심의 자체가 무효로 결정 났다.
결국 4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 가운데 복합문화타운 관련 안건을 삭제한 채 3건을 승인함으로써 회의 운영의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복합문화타운 심의를 계기로 나 시장의 부적절한 언행이 이어지면서 정례회가 중단되자 기획행정위원장인 김효진 시의원(새누리, 물금ㆍ원동ㆍ강서)이 일부 공무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을 두고 ‘권한 남용’이라며 일부 의원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원 개인이 공무원을 불러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의회 차원에서 조사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회 운영이 의장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나 시장 사과 요구 이전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위원장으로 회기를 중단하는 중요한 일에 대해 직접 확인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회 운영에 대해 의원들 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복합문화타운 심의와 나 시장의 부적절한 언행이 의회 운영을 둘러싼 의원 개개인 입장 차이까지 수면 위로 떠올린 셈이다.
한편 논란의 중심이 된 복합문화타운 건립사업은 지난 17일 마지막 본회의에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재상정해 통과시킴으로써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