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사촌형을 따라 한 라멘집에 갔다. 그때 ‘아! 이 맛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20대는 라멘과 함께했다. 2008년 내 나이 스물셋, 가장 믿는 형과 ‘라멘’의 고장인 일본으로 떠났다. 전통 라멘가게에서 일하며 배우고 싶었지만 한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차가운 반응만 돌아왔다. 형과 나는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며 라멘을 맛봤고, 한국으로 돌아와 화룡마을 빈 목장을 뜯어 연구실로 만들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씻지도 않고, 라멘에 미쳐 연구했다. 그렇게 많은 돼지를 잡고 계란을 깨며 2년이 흘렀고, 지쳐갈 때쯤 가장 마음에 드는 라멘과 만났다”
물금신도시 택지 식당가 골목을 돌아다니다 일본식 라멘집 ‘사사야키’를 찾았다. 식당에 들어서자 마치 일본 현지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벚꽃이 그려진 벽화, 은은한 조명, 흰 두건을 두른 두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바로 라멘과 오래 씨름해온 하창수(33), 신지원(30) 씨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지난 세월의 진한 국물을 담은 ‘돈코츠라멘’(일본 규슈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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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창수ㆍ신지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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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코츠라멘은 돼지 돈(豚)에 뼈 골(骨) 한자를 써 ‘돼지뼈로 만든 라면’을 뜻한다. 돼지 사골로 우려낸 진한 육수와 구수한 냄새가 특징이다. 돈코츠라멘은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아 현재 서울 홍대 근처에 자리 잡은 가게가 많다. 하지만 경남에는 제대로 본토 맛을 내는 가게가 별로 없다. 두 사람은 정통 라멘 볼모지인 양산에서 오직 맛 하나로 사사야키 간판을 내걸었다.
7년 연구해 세 가지 메뉴 개발
“사사야키에는 저희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어요. 라멘에 들어가는 육수, 면 등 재료부터 가게 인테리어까지 다 직접 했죠. 2008년 연구할 때부터 2011년 가게 문을 열고 지금까지 흘린 저희 땀이 담긴 가게에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을 찾으려 노력한 덕분인지 많은 손님이 알아봐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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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라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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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일본 현지 맛을 내기 위해 기존에 있는 것을 받아쓰지 않고 모두 직접 만들었다. 돼지뼈, 등뼈를 매일 약 23시간 우려낸 것. 하루에 팔 육수만 끓여내 재료가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는다. 게다가 면을 직접 뽑는데 제면실이 밖에서도 보여 손님이 면 뽑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재미도 덤이다. 라멘의 꽃 차슈(돼지고기를 간장을 비롯한 양념에 넣고 삶아 만든 음식)는 삶고, 숙성하고, 잡내를 제거해 4일 동안 정성들여 만든다.
“처음에 다른 가게처럼 기존에 있는 것을 받아쓸까 생각했지만 방부제나 첨가물이 들어가니 본 고장 맛이 안 났어요. 물론 받아쓰면 굉장히 맛있죠. 하지만 가벼운 느낌을 주고, 또 생각나는 맛은 아니에요. 저희 가게에 하루걸러 하루 오는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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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키친에서 요리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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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지 않는 맛. 23시간을 끓인 육수는 한국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이었다. 생소한 맛이지만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파스타처럼 똑똑 끊기는 면이 주는 즐거움도 있었다.
이곳은 원ㆍ하ㆍ수라멘 모두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원라멘은 일본 현지 맛과 가장 흡사하다. 일본에서 온 손님이 일본에 팔아도 손색없다고 표현할 정도라고 한다. 취재진 가운데 한 명도 한국에서 먹어본 라멘 중 일본 맛과 가장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원라멘이 일본 현지 맛을 가져와 사사야키 것으로 만들었다면 수라멘은 순수 개발 라멘이다. 현지 맛보다 한국의 향이 조금 더 느껴진다. 하라멘은 맵고 칼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메뉴다. 한국 기존 매운 라면의 3배 정도라고 했다. 천연 재료인 월남고추가 만든 매운 맛이라 깔끔하다. 거기에 실론티, 데자와로 입을 헹구니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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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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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라멘은 말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한 그릇만 보면 이게 얼마나 준비한 건지 알 수 없죠. 그래서 맛으로 그 모든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요. 저희 가게를 찾아와주는 손님에게 감사하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면 충분하죠. 감사한 손님에게 베이스와 통기타 등 악기 연주도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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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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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맛있게 먹는 방법
바로 나왔을 때 먹어야 제일 맛있다. 오리지날의 맛. 그 다음 30프로 먹고 나서 마늘짜개를 사용해 두 알정도 넣으면 마늘 향이 올라오며 다른 맛을 낸다. 또 30프로 먹다가 초생강을 라멘에 넣어 우려먹는다. 그러면 생강의 향 때문에 라멘이 향긋해진다. 생강을 국물에 담가먹으면 감칠맛이 생긴다. 이렇게 하나의 요리로 세 가지 향을 느낄 수 있다.
사사야키에는 김치가 없다.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이나 강한 향신료 범벅이 라멘향을 다 잡아먹기 때문. 김치를 찾던 손님도 반드시 맛있게 먹고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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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2701-11
■ 연락처: 055-381-4402
■ 운영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
분(점심), 오후 5시~8시 30분(저녁, 마지막주문 오후 8시 15분), 오후 2시 30분~5시(브레이크타임), 일요일 휴무.
■ 가격: 원라멘(6천원), 수라멘(7천원),
하라멘(7천원), 점보 업그레이드(+2천원), 교자(3천원), 차슈 추가(2천원), 맛계란(5백원), 사리(1천원), 밥(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