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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주민의 든든한 울타리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차별 없는 평등한 지구촌 사회 만들어요”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6/01/12 10:34 수정 2016.01.12 10:27
1997년 설립 이후 한글교실, 무료 진료소 등 운영

이주민 인권강좌, 인식개선활동, 해외봉사에 ‘앞장’



지난해 10월 25일, 양주공원에서 ‘아시아 마을 여행’이라는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 비정상회담, 아시아 귀신 콘테스트, 마을학교, 마을극장, 마을장터, 아시아 사진전 등이 열려 양산에서 생활하는 이주민과 시민이 함께 호흡하며,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6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는데,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이 주도하며 직접 행사를 진행했다. 이주민들이 이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설 수 있었던 데는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이 있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공동대표 안덕한ㆍ김덕한)은 이주민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과 인권을 찾도록 지원하고, 지역주민과 이주민 간 우정과 연대감 형성을 통해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한 비영리시민단체다.

외국인노동자의집은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이주노동자 한글교실과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이주노동자 인권상담과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08년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수탁ㆍ운영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이주노동자를 넘어 다문화 시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홍뜨리입니다. 저는 캄보디아 사람입니다.…(중략)…매주 일요일에 저는 친구와 같이 한국어 공부하러 갑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 공부합니다. 거기에는 모든 사람이 친합니다. 모든 선생님이 착합니다. 특히 우리 김혜란 선생님은 마음이 좋고 예쁩니다. 우리가 문제 있으면 항상 선생님이 도와줍니다” …(후략)…

2015년 한글교실 모음집에 실린 글 중 일부다. 한글교실은 외국인노동자의집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단체 설립 이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2~4시 진행하는데, 적게는 50여명에서 많게는 100여명 정도 수업을 들으러 온다.

이와 함께 무료 진료소(의료 지원)도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직장에서 일하느라 평일에는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4~5시 운영한다. 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실에 간단한 의약품을 갖추고, 감기 등 비교적 가벼운 질병은 현장에서 처방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병원과 연계해 도움을 준다. 물론 무료 진료소에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교수와 의대생을 비롯해 울산대병원과 지역 한의원 등 전문 의료진이 함께한다.

이밖에 외국인노동자의집은 희망웅상,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꿈틀지역아동센터, 노동복지센터, 지역자활센터, 노동민원상담소 등 지역단체와 연계해 토크콘서트나 연극,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주민 인권강좌를 진행하고, 지역 축제에도 참가해 이주민에 대한 인식개선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캄보디아로 해외봉사에도 나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집은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 성인 20여명, 청소년 30여명이 자원봉사하고 있지만 양산에 사는 이주노동자에게 필요한 만큼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양산에는 5천600여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208명이 정기 후원으로 도와주고 있지만 사업비를 제외한 단체 운영비를 전액 후원금에 의존하다 보니 살림도 늘 팍팍하다.

게다가 지난 2012년 양산시 조례가 바뀌어 종합운동장에는 체육 관련 단체만 입주할 수 있도록 변경되면서 사무실을 비워줘야 하고, 한글교실마저 강의실이 아닌 복도로 내몰리면서 폐강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본지를 비롯한 언론에 보도되고, 양산시와 양산시근로자종합복지관 등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면서 외국인노동자의집은 근로자종합복지관에 입주하게 됐다. 최근 이전을 마친 외국인노동자의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지역사회에 고마움을 전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주원 외국인노동자의집 상담실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서 오다 보니 지역주민이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며 “그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을 잘 몰라서 빚어진 것으로 생각하며, 이주노동자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지역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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