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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도시철도 양산선 주차장에서 종합운동장 체육관까지 무슬림들이 가두행진을 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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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도시철도 2호선 양산역 인근 주차장에는 70여명의 낯선 피부색의 외국인들이 낯선 글씨로 된 현수막을 들고 낯선 언어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경찰 안내를 받으며 양산대종을 지나 종합운동장 체육관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슬람의 예언자, 선지자로 불리는 무하마드 탄생일(12월 12일)을 맞아 양산과 김해ㆍ밀양지역 무슬림(이슬람 신도)이 거리행진을 벌인 것이다. 행사는 인천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양산지역에서는 인근 김해와 밀양지역 무슬림까지 함께했다.
이런 거리행진을 벌인 이유는 최근 IS 등이 테러를 일으키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일반 무슬림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며 자신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양산ㆍ김해ㆍ밀양지역 거리행진을 총괄 추진한 파키스탄 출신 쇼우캇 라나(42)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라나 씨는 인터뷰 첫 마디에 “진짜 무슬림이라면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며 ‘무슬림 테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어떤 무슬림도 테러를 응원하지 않습니다. 아주 극소수 잘못된 무슬림의 일일 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알라)을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이에요. 진짜 무슬림은 절대 남을 해치지 않습니다”
라나 씨는 한국에 온 지 11년쯤 됐다. 처음 1년을 서울에서 지낸 것을 제외하면 10년을 양산에서 살았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어 적응이 힘들기도 했지만 한국인 아내를 만났고 6살, 2살 예쁜 자녀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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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 출신 쇼우캇 라나(42) 씨와 그의 아내 윤려화(38)씨는 모두 무슬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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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귀화 시험에도 합격해 한국 국적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라나’라는 한국식 이름도 지었다. 그는 스스로 한국인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가족과 보금자리, 이웃이 있는 양산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한국이고 사랑하는 이웃들이 최근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혹시라도 자신을 무슬림이란 이유로 경계하거나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라나 씨는 “지금 TV에서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보도하고 있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사실 그런 종파 갈등은 없다”며 “다 같이 기도하고 다 같이 어울리며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종파 간 갈등은 권력자들 욕심으로 빚어지는 일일 뿐 무슬림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애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에요. 지금 IS나 알카에다는 권력을 잡기 위해,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자들일 뿐 결코 무슬림이 아닙니다”
그의 아내 윤려화(38) 씨도 “‘IS가 저런데 남편은 괜찮으냐’고 묻는 이웃도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학생이 IS에 가담한 이후 주변에서도 좀 더 예민해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제가 만난 무슬림 대부분이 착하고 순진하다”며 “하나를 주면 열 배의 따뜻함으로 돌려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아내, 아이와 함께 이 나라에서 살아갈 겁니다. 다른 외국인에게도 한국은 안전한 곳입니다. 그들 스스로 이런 안전을 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한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어쩌면 한국인들 보다 이런 평화가 깨질까봐 더 많이 걱정할지도 모릅니다”
라나 씨 말대로 낯선 피부, 낯선 언어의 ‘이방인’인 그들은 어쩌면 한국인 보다 한국의 평화를 더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