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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거리의 음악가 ‘허니독’밴드
아무것도 아닌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1/19 10:42 수정 2016.08.19 10:42
소남다리 밑에서 연습해 부산ㆍ대구서 공연

“10시 반 너와의 만남이 아쉬운 그 시간 너와 손 맞잡고 집으로 가는 길. 어쩐지 걸음이 무거운 그 시간 어떻게 이리도 슬픈지. 너 네 집 옷장 속으로 장농 안으로 침대 밑으로 이사 가고 싶다. 모두 잠든 새벽 슬며시 나와 네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너를 집으로 데려다주며 하는 못된 생각. 오늘 하루만 같이 있자. 같이 있자. 같이 있자. 같이 있자”

(자작곡 ‘못된 생각’ 중, 작사ㆍ작곡 유성찬)














ⓒ 양산시민신문


따뜻한 옷을 입고 있어도 시린 해운대 겨울 밤바다. 그곳에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가자 두 남자가 기타와 카혼(페루에서 발상된 타악기)을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앉아 노래를 감상한다. 몇 시간을 한 자리에서 노래하던 그들은 집이 양산이라 가야한다며 마지막 곡을 부른다. 한 관객이 아쉬워하자 마지막 곡이 두 곡이 되고 세 곡이 된다.

몇 곡을 더 부른 뒤에야 자리를 정리한 그들은 2인조 남성밴드 ‘허니독’이다. 서창동에 사는 양수민(24), 유성찬(24) 씨가 2014년 만든 밴드. 둘은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 ‘음악’ 하나로 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성찬이는 중학생 때부터 기타를 독학했고, 저는 바이올린을 7년간 배웠어요. 좋아하는 분야가 비슷하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고등학생 때 축제에서 연주곡을 함께한 것이 첫 무대였어요. 짜릿한 무대 경험 뒤 더 많은 이들 앞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 안에서 제대하면 꼭 버스킹을 해보자고 약속했죠”

허니독은 두 사람이 군복무 중에 만든 밴드다. 직역하면 ‘개꿀’. 이는 은어로 ‘매우’, ‘몹시’라는 뜻의 접두사 ‘개’와 ‘매우 좋은’이라는 뜻의 ‘꿀’이 합쳐진 것이다. 한 마디로 진짜 좋다는 것. 이름처럼 그들 노래도 좋다.


한 곡당 500번은 넘게 연습해 버스킹
힘들 때 작은 쪽지와 응원에 일어서















ⓒ 양산시민신문





“군대 제대 후 소남다리 밑에서 많이 연습했어요. 그곳에서는 밤늦게까지 할 수 있거든요. 기타 하나 들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처음에는 버스킹에 필요한 앰프, 카혼 아무것도 없었어요. 기타 하나 등에 메고 이리저리 다녔죠. 20~25곡을 연습했는데 한 곡당 500번은 넘게 불렀어요. 같이 연습했지만 수민이는 사정이 있어 바로 버스킹을 하진 못했어요”

양 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재작년부터 유 씨는 혼자 버스킹을 했다. 해운대, 서면, 동래, 광안리 등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 유 씨는 버스킹이 합법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었지만 아닌 경우 끌려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며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럴 때 힘이 된 게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었죠. 그만둘까 생각하던 순간 한 부부가 남긴 작은 쪽지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자주 제 공연을 보러오는 팬도 큰 힘이 됐죠. 버스킹을 하면 뭔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제가 그 날만큼은 주인공이죠”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노래하다보니 작년부터 영도, 시민공원, 동성로 등의 축제에서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사 무대에는 양 씨도 함께했고, 둘은 행사로 조금씩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필요한 장비를 샀고 지난여름부터 함께 버스킹을 했다. 둘의 첫 무대는 반응이 너무 좋아 마치 둘 만의 콘서트를 연 기분이었다고. 시민과 대화도 하며 소통이 잘된 공연이었던 것.


자작곡 만들어 정체성 찾기 위해 노력
양산에서 시민과 노래로 소통하고파


“버스킹을 하면서 실수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게 버스킹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기타 반주를 틀려도 이해해주는 분위기죠. 자연스러운 공연과 사람들 모습이 어우러진 무대죠”

노래하는 두 청년은 자작곡도 만들어 불렀다. 양 씨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 있는 것. 버스킹 무대에서도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반응이 좋은 곡은 ‘못된 생각’. 여자 친구를 데려다 줄 때 느낀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 가사가 한몫했다.

“부산버스킹연합 ‘재미짐’ 회장과 친한데 그 분이 정체성을 가지려면 자작곡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곡을 만들었죠. 아무래도 저희 곡이다 보니 버스킹에서 선보일 때 조금 예민해져요. 반응이 좋으면 그보다 행복한 게 없죠”

힘들어도 계속 버스킹하는 이유에 둘은 똑같이 ‘재미’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무대에서 노래하며 시민과 소통하는 것, 자신들의 곡을 전하는 것이 재밌다고.

“양산시민과도 소통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한 이유는 공연 장소도 마땅치 않고, 시민이 버스킹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양산에도 버스킹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버스킹을 넘어 전문적인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갈 생각이에요. 실력 있는 밴드로 자리 잡아 양산에서도 공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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