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장정욱 기자 | ||
ⓒ |
지난 12일 물금읍사무소 2층에서 순회간담회 첫 일정을 시작했다. 10시 30분부터 시작한 간담회는 나동연 시장과 임정섭ㆍ차예경 시의원 인사말이 10시 47분까지 이어졌다. 이어 물금읍장 업무보고가 53분까지 계속됐고, 시정 홍보영상을 11시 1분까지 상영했다. 홍보영상이 끝나자 기획관이 올해 시정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설명이 끝난 시각은 11시 9분. 총 90분으로 예정된 간담회 가운데 남은 시간은 51분이었다.
같은 날 원동면에서 이어진 순회간담회도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진행됐다.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해 3시 8분까지 ‘시정홍보’가 이어졌다. 남은 시간 즉, 주민에게 할애된 시간은 52분.
물금읍에서는 모두 7건의 질문이 나왔고, 원동면에서는 8명이 질문을 했다. 사실 질문이라기 보다 건의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생활 속 불편에서부터 행정기관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것까지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졌다. 진행자가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받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질문을 하겠다고 손을 든 사람이 대여섯 명이 넘었다.
50여분의 시간으론 모자랐다. 각종 생활 불편과 개선 사항에 대해 말하기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2박 3일 내내 떠들어도 모자란 마당에 1년에 딱 한 번, 그것도 50분 뿐이니 주민의 아쉬움이야 오죽할까?
물론 평소 읍ㆍ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를 통해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직접 대면하고 건의 또는 질의할 기회가 주민에게 얼마나 자주 주어지겠나. 90분 모두를 써도 부족한데 그 중 40분을 시정 홍보에 뚝 떼어줬으니 ‘말하고 싶은 욕망’은 더 간절해졌을 것이다.
사실 이런 모습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양산시는 매달 두 차례 발행하는 양산시보를 통해 지역 곳곳에 행정 소식을 전하고, ‘보도자료’란 이름으로 각종 언론 매체에 행정의 모든 것을 알린다. 그럼에도 양산시는 ‘아직도 배고픈’ 모양이다.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하는 순회간담회마저 ‘홍보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까?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은 백성의 뜻이 통달하여 막힘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로 ‘백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무드 역시 “사람이 입이 하나, 귀가 둘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의미다”라며 듣기를 강조했다.
아무쪼록 내년 순회간담회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소중히 하는 양산시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