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2시 양산시노인복지관(관장 김정자) 한 강의실 문틈으로 뜨겁게 회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회의 내용은 지면에 어떤 사진을 넣어야 할지부터 글자 배경, 색깔에 대한 것이다. 한 사람이 어떤 의견을 내자 또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받고 새로운 의견을 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열정이 젊은이 못지않다.
그들에게 다가가 명함을 주고받았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회의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 중 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건네받은 명함에 ‘실버기자단 윤주 편집위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제야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기자’다. 양산시노인복지관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누빈다. 올해 나이 63세부터 78세까지 어르신 기자단. 그들은 사회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지난해부터 기자 일을 하고 있다. ⓒ
그들이 몸담고 있는 양산실버기자단은 양산시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체다. 어르신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참여 장을 마련하기 위해 복지관에서 고안했다. 소식지 발행인 김정자 관장에게 소식지와 기자단 창단 이유를 들었다.
“복지관 여러 소식을 전할 지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고민하던 중 어르신들이 좋은 글을 보내주셨죠. 보내주신 글을 보면서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이 직접 소식지를 만들면 풍성한 지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복지관에 시인도 있고, 다양한 재원이나 열정을 가진 분이 많으니 용기를 내 8월에 모집 공고를 냈죠. 그렇게 저희 실버기자단이 탄생했어요”
현재 기자단은 모두 7명이다. 기사 취재와 편집 등 신문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지는 1명의 편집장, 교육ㆍ행사를 담당하는 취재 1부, 건강ㆍ문학을 담당하는 취재 2부, 그리고 오피니언ㆍ봉사를 담당하는 취재 3부가 있다. 윤주 편집위원장의 입을 빌려 실버기자단이 만든 소식지에 대해 들어봤다.
‘양산시니어通’ 복지관 소식통 역할 노력
“저희 소식지는 계간지(계절에 따라 한 해에 네 번씩 발행하는 잡지)로 매년 1월 1일, 4월 1일, 7월 1일, 10월 1일에 발간하죠. 이름은 ‘양산시니어通’으로 시니어를 위한 소식통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 노인복지관 회원 1천600여명에게 복지관에서 일어나는 체험, 봉사, 교육 등 모든 활동과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고자 만들어졌죠.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배우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양산시니어通’은 계간지라 3개월 동안 일을 정리해야 한다. 기자단은 각 면마다 무엇을 실을 것이고 누가 담당을 할 것인지 정한 뒤 그 기초자료 안에서 협의에 들어간다. 예 산 부족으로 4면 밖에 없어 그 안에 모든 사건을 정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치열한 토론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매주 금요일 정기 모임을 가져요. 이때 토론, 첨삭, 교정을 진행하죠. 그래도 끝나지 않으면 팀별로 따로 모여 또 협의하기도 해요. 4면 뿐이라 쉽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하나를 발간하는 데 3개월이 걸리죠”
오랜 토론을 거쳐 지면을 구성하는 일이니만큼 늘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사진을 찍는 일처럼 새롭고 낯선 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를 제2의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젊음이 하나도 부럽지 않죠. 우리 기자단은 대부분 복지관 내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니어)로 활동해요. 소식지로 언젠가 복지관을 바꿀 수 있길 기대하죠. 초고령화 사회로 나가고 있음에도 저희 복지관은 강의실, 직원 등이 부족하죠. 복지관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이런 문제점도 눈에 들어왔어요. 우리들이 만든 소식지로 복지관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강의실 부족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요”
---------------------------------------------
기자단 소개 ↑↑ 윤주 ⓒ
윤주(73) 위원장, 1면 담당
실버기자단 편집위원장으로 이전에 교직생활을 했다. 양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고, 양산시교육청 장학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나이가 있지만 컴퓨터에 귀재다. 초안을 가져왔을 때도 어디 내놔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정도라고.↑↑ 김귀순 ⓒ
김귀순(78) 2면 팀장
학교에 40년 조금 넘게 교사로 있었다. 양산에는 20여년. 양산, 범어, 상북 등 초등학교에서 일했다. 교사생활을 정리하고 현재 웰다잉 교육으로 어떻게 평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를 전하고 있다. 오랜 교직생활 경험과 노인의 삶을 다루는 강의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안긍식 ⓒ
안긍식(66) 2면
한문을 전공해 한문에 조예가 깊다. 또한 고등학생 때 교지를 편집한 경험이 있다. 그때 신문을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자단을 신청하게 됐다고 한다. 고등학생때 보다 더 진한 그만의 열정으로 지면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상기 ⓒ
여상기(77) 2면
제호를 써준 안창수 화백을 섭외하는 등 외적인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신문에 들어갈 내용을 보충할 때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면 인맥을 동원해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며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정선애 ⓒ
정선애(63) 2면
팀원 중 가장 어리다. 사진 편집과 촬영 담당 전문이다. 양산에 온지 5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처음 복지관에 왔다. 복지관에서 사람들과 만나 위로받기도 하며 좋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직접 느꼈다. 그것을 바탕으로 복지관의 ‘소통’을 전하고 있다.↑↑ 김삼구 ⓒ
김삼구(78) 3면
현재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완성 벽화’라는 시집도 낸 작가다. 이전에는 보건소에서 일했다. 건강과 문학을 다루는 3면에 적임자다. 그는 배운 만큼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할머니로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광자 ⓒ
박광자(71) 편집위원단 간사, 4면
지난해에 학교를 만학도로 졸업했다. 아동복지 보육상담을 전공해 복지에 관심이 많다. 4면 ‘아름다운 손길’에 들어갈 이야기는 직접 봉사활동을 해야 가능하다. 그는 다양한 곳에서 직접 봉사하며 그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