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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명이 넘는 전교생이 작은 학교를 가득 채우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46명의 작은 시골학교가 됐다. 그나마 이번에 21명이 졸업하면서 남은 학생은 25명. 내달 신입생이 들어오지만 6명이 전부다. 지난 2011년 야구부를 창단하면서 학생이 60여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으나 일반학생 입학이 급감하면서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강진영, 김솔, 김연주, 김영균, 김윤지, 박강희, 박경식, 박예은, 박은영, 배용현, 설재욱, 신명재, 안정훈, 유세빈, 윤성주, 윤진혁, 정태강, 제최가희, 최유성, 최준영, 황태준.
스물 한 명 이름이 차례로 불려졌다. 오늘 이곳을 떠나는 아이들이다. 평소 사이좋게, 때론 다투기도 하며 ‘친구’란 이름으로 지난 3년을 함께 해 온 그들은 오늘로서 정든 이곳을 떠나 더 큰 무대로 나아간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로 가슴 부풀어야 할 순간이지만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지울 순 없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5일 원동중학교 제44회 졸업식이 열렸다. 평소 급식소로 이용하는 학교 옥상 간이 건물에서 열린 졸업식에는 46명 전교생과 학부모, 교사, 동문들이 참석했다. 비록 그럴듯한 졸업식장도, 수백 명의 축하객도 없었지만 대신 그들만의 진한 끈끈함이 느껴졌다.
작은 졸업식에 행여 축하가 부족할까 졸업생 선배들은 선물을 가득 안고 찾아와 아이들 손을 붙잡고 축하했다. 명절 준비하랴 회사일 챙기랴 바쁜 총동창회장도, 졸업생이자 시의원으로 늘 학교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선배도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에 격려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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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담임으로 지난 1년간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상희 교사에게도 이번 졸업식은 더 남다르다.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사이자 따뜻한 ‘엄마’이길 원했던 이 교사는 미안하다는 말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대신 표현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많이 다르잖아요. 작은 학교라 아이들이 서로 애정이 깊어요. 특히 야구부 소속 아이들 중에는 부모 품을 떠나 와 있는 경우가 많아 제가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한 게 아닌가싶어 미안해요”
인터뷰 내내 울음을 참느라 애쓰던 이 교사는 결국 떠나는 아이들 생각에 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이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라면 어딜 가서도 잘해낼 거라 생각한다”며 “졸업하더라도 3년 동안 함께했던 친구들 잊지 말고 더 큰 무대에서 훌륭한 원동중학교 졸업생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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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졸업한 학생이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졸업앨범을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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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아쉬움과 염려만큼 아이들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모교에 대한 걱정이 함께했다.
정태강 군과 김연주 양은 친구들과 함께 처음 먼 곳으로 떠난 수학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친구들과 헤어짐을 아쉬워했고, 야구부 황태준 군은 “야구대회에서 처음 상을 받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친구들과 땀 흘려 연습한 시간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라고 말했다.
반면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가 꿈이라는 김솔 양은 “학교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소리에 걱정되지만 야구부가 있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박은영 양은 “모교가 사라지면 기분이 이상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 것 같다”며 학교와 남은 후배들을 염려했다.
이처럼 졸업하는 아이들도, 먼저 졸업한 선배들도, 그리고 마을 주민까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원동중 앞날을 걱정했다.
이날 학교를 떠난 스물 한 명의 졸업생. 그들이 다시 돌아와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모교’는 과연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원동중 졸업식에는 그렇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남은 이들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교차하고 있었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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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고 포기할 수 없어요”
원동중 총동창회ㆍ학부모, 학교 살리기 대책 고민
“딱 부러지는 해결책을 찾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죠. 먹고 살기 위해 농촌을 떠나는 문제를 누가 쉽게 막겠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잖아요. 해결 방법을 찾는 노력은 해야죠. 지금처럼 학교는 학교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따로 고민하는 방법으론 안 된다고 봐요. 일단 다 같이 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견은 같았다.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것. 다만 아무도 분명한 방법을 제안하지는 못했다. 대신 풀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많은 머리를 모아야 한다는 데 모두 뜻을 같이했다.
지난 5일 졸업식을 마친 원동중학교 교장실에서는 최경실 교장과 최두해 총동창회장, 김경우 학교운영위원장, 임정섭 양산시의원(더민주, 물금ㆍ원동ㆍ강서) 등이 모여 ‘폐교’ 위기를 고민하는 학교를 살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역시나 단번에 문제를 해결할 묘책은 없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때론 다소 뻔 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해법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최두해 총동창회장은 인성교육 등 시골 학교가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특화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도로 개설 등 시내지역과 접근성을 높이는 일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우 위원장은 학생 수 급감 문제가 원동중학교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고 지역 전체, 나아가 교육계 전체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야구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일단 야구부 중심으로 학생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정섭 시의원은 “결국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게 하려면 원동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와서 먹고 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사실 개발 방법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배내골이나 용당공원 등 원동지역이 가진 특수성을 살려 관광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