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시간 줄여가며 공부… 동료들 배려 덕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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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이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친구들과는 학력에서 차이가 좀 났죠. 학력이 실력을 증명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준은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야간대학을 갔고, 1999년에 졸업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공자는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라고 말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며 공부의 즐거움을 말했는데, 이는 평생 배움의 기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자님 말씀’과 현실은 다르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 마당에 공부를 계속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기에 더 가치 있는 배움을 최근 우리지역 공직자가 몸소 실천해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박종서 전 양산시 도시안전국장. 박 국장은 ‘교통안전성 평가 모형의 구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지난 23일 동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에는 기존의 중앙 중심 교통안전정책 방안이 아닌 지자체별 새로운 교통안전성평가기법을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 시민에겐 생소한 내용이지만 박 국장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학위를 취득하면서 연구로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목표를 모두 이뤄낸 셈이다.
논문 지도를 맡은 오윤표, 김회경 교수는 논문에 대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적정한 공간으로 나눠 사고 개선 지점과 구간을 선정함으로써 지자체가 구체적인 교통안전성 개선사업 추진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며 “나아가 기초지자체의 교통안전성 개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박 국장 역시 “우리가 통상적으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는데 분석 결과 예측이 벗어나는 걸 알 수 있었다”며 “교통안전성 평가 모형을 통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얼마 남지 않은 공직 생활. 말년의 여유를 즐길 법도 한데 박 국장이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된 이유는 뭘까? 박 국장은 “어렵게 공부한 탓인지 계속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겨 대학원을 진학하게 됐고 그게 박사학위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크게 목표를 세운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도 많았다.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자칫 자신의 일에 소홀해질까 걱정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는 게 박 국장 설명이다. 동료들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물론 그래도 주변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학위 취득이 쉽지 않았을 것. 박 국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해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학위 취득까지 올 수 있었다”며 “남은 공직생활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것으로 감사를 대신할 생각”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 국장은 동료와 후배 공무원들에게 ‘공부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박 국장은 “자신의 일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자기발전을 위한 공부라면 계속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한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박 국장은 “박사학위 취득까지 가정을 책임져준 사람은 사실 아내”라며 “언제 어디서나 흔쾌히 응원해준 아내와 올곧게 자라서 어엿한 사회인이 된 아들, 딸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1979년 당시 양산군 지방토목기원보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박 국장은 1992년 양산군 지방토목기사, 1996년부터 건설도시국 도시과에 근무하다 지난 2003년 경남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보수 과장으로 일했다. 2008년 양산시로 돌아와 건설방재과, 도로과장 등을 거쳐 2012년 도시건설국장(4급)으로 승진했다. 현재 전국 4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행정연수원이 진행하는 교육(고급리더과정)에 참여해 교육을 받고 있다. 박 국장은 37년 공직생활 동안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 녹조근정훈장 등 많은 훈장과 표창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