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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태한아 입학 축하해”
사회

“태한아 입학 축하해”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3/08 08:51 수정 2016.03.08 08:44
원동초등학교 이천분교 단 한 명을 위한 입학식

학습ㆍ놀이ㆍ배움이 하나 되는 공동체 학교




차가운 겨울 바람을 뒤로 하고 어느덧 봄 향기가 날아든 배내골. 원동초등학교 이천분교(분교장 장호준)가 분주하다. 신입생이 들어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학교 안 20평(66㎡) 남짓한 급식실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모였다. 장호준 분교장은 지난해 입학식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더 많이 찾아와 감사하다고 말했다. 분교장 인사가 끝나고 신입생을 호명하자 아이들 사이로 한 남자아이가 씩씩하게 걸어 나왔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 좋은 사람이 돼 달라는 분교장 말에 큰 소리로 “네”라고 대답해 많은 이들의 얼굴에 웃음을 머금게 했다.

올해 신입생은 단 한 명. 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입학을 축하했고 함께 밥을 나눠 먹었다. 전교생이 13명인 원동초 이천분교에 새로 들어온 학생은 8살 이태한 어린이다. 올해부터 한 살 터울인 동생 동욱이와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됐다. 동생은 학교 바로 옆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된다.

앞으로 두 어린이가 다니게 될 학교는 높은 산과 맑은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야말로 시골학교다. 비록 또래 친구는 없지만 형, 누나와 함께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게 될 것이다.

“지난해 이곳에 처음 왔어요. 솔직히 보면 아시겠지만 배내골에서 이천분교는 문화의 중심지에요. 이곳이 없어지면 마을 자체를 없애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마을의 아이들, 학부모가 학교에 다니면서 마을이 살아나기 때문이에요”

정운영 교사는 원동초 이천분교가 단순한 학교가 아닌 마을 공동체 중심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정 교사는 지난해 언론에 학교가 소개되면서 학부모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렇게 외지에서 들어온 학생들 탓에 10명 내외였던 학생이 올해 13명으로 늘어났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가 스스로 원동초 이천분교에 자신의 아이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 원동초 이천분교 전교생이 올해 유일한 신입생을 태한이(사진 아래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오후 8시까지 아이를 책임지는 학교
가족 같은 공동체 속에 진정한 교육


“우리 학교는 한마디로 놀고 배움이 공존하는 학교에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놀죠. 아이들은 오후 8시까지 학교에 있어요. 정규수업이 끝나면 방과후수업을 진행하고, 저녁에는 교사 한 명이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있죠. 이때 공부방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돼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과외처럼 깊이 있게 가르쳐요. 늦게까지 수업하는 게 아이들에게 조금 힘들 수 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으며 진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아침에 아이를 데려와 저녁에 데려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 다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어 정 교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을 ‘인성교육’이라고 했다. 이런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을 기르는데 최적화된 학교가 바로 원동초 이천분교라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만한 곳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다들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죠. 이 안에서 한 아이에게 누나, 동생, 형이 저절로 만들어져요. 아이들은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가죠. 때론 형이 돼 동생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때론 동생이 돼 형, 누나에게서 배우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도시 학생들보다 아주 착하고 철이 많이 들었죠. 우리 학교는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학습, 놀이, 배움이 모두 되는 복합적인 장소에요”  

비록 학생 수는 적지만 어느 학교도 부럽지 않은 학교. 바로 원동초 이천분교의 오늘이다. 그리고 이천분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또 다른 태한이를 기다리며 함께 반겨 맞을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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