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장 “충분한 검토 후 처리하는 게 맞다”
양산시가 재의(再議)를 요구했던 <양산시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가 결국 양산시의회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린 제142회 양산시의회 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5명은 양산시가 요구한 조례 재의에 대해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옥문 의장은 의장 권한으로 조례 재의 요구 건을 심의안건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 의장은 “집행부 재의 요구가 있고 나서 의회 법률검토와 이견조율, 집행부 의견 청취 등 일련의 행위도 없이 바로 본회의에서 가부를 묻는다는 것은 의회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이번 임시회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의견을 정리해 다음 회의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게 올바른 의사결정이라 판단된다”고 안건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한 의장은 “지난 의원협의회에서도 전체 의원에게 의견을 물었고, 특히 조례를 심의했던 도시건설위원회 이상정 위원장으로부터 ‘집행부를 불러 재의 요구 경위와 법률검토 등을 위해 이번 임시회에 (조례를) 상정하지 말아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의원협의회에서도 해당 상임위 논의와 집행부 설명 청취 등을 거쳐 차후 신중하게 심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절차위반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임정섭 시의원(물금ㆍ원동ㆍ강서)은 조례 재의 요구건 안건 삭제에 대해 “법령과 조례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조례 재의를 목적으로 임시회 개최를 요구했음에도 한 의장이 권한에도 없는 안건 삭제로 ‘식물의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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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의원은 “한옥문 의장은 시의회 회의규칙 제17조 2항의 ‘의사일정 범위’를 확대 해석해 의장 직권으로 (조례) 재의 요구안을 삭제했다”며 “시의회 회의규칙 제17조 3항에는 ‘의장이 긴급을 요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회의 일시만을 의원에게 통보하고 임시회를 개의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임시회 개회요구 의원 안건을 삭제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의장권한으로 본회의에 안건을 바로 상정할 권리는 있으나, 의원이 심의 요구한 안건에 대해 삭제할 권리는 없다는 의미다.
임 의원은 “안건 삭제 권한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의장이 왜, 무엇이 두려워서 안건을 삭제했는지 모르겠다”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 의원은 “재의 요구가 들어오면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 주고 시민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게 양산시의회와 시의원들 책무”라며 “이곳은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지 누구를 총선에 당선시키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한옥문 의장은 다시 <지방자치법 제49조>(지방의회의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고 의사(議事)를 정리하며, 회의장 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의회의 사무를 감독한다)와 <양산시의회 회의규칙 17조2항>(의사일정 작성에 있어서는 의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을 근거로 정당한 절차였음을 강조했다.
한 의장은 “의장이 회의의 능률적이고 합리적 운영을 위해 의사일정 작성을 포함한 의사 정리 권한을 갖고 있다”며 “임정섭 의원이 조례 재의 요구 처리를 명시해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이는 여러 가지 소집 사유 중 하나의 예시일 뿐 의사일정 작성 권한은 최종적으로 의장에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이 일자 이상걸 시의원(더민주, 동면ㆍ양주)은 학교급식 식품비 조례 재의안을 다시 상정하는 내용의 ‘의사일정변경동의의건’을 발의해 조례 재의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 역시 표결 끝에 부결돼 결국 학교급식 식품비 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