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교에서 공부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악취와 소음 등 각종 환경공해로 학생들이 힘들게 공부해온 어곡초등학교(교장 정복자)가 현재 위치에서 1km 정도 떨어진 어곡동 산 34번지 1만6천14㎡ 부지로 이전한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어곡초 이전 예산으로 국비 131억1천400만원을 포함해 216억원을 확보, 지난해 9월 공사를 시작했다. 예정 준공일은 내년 2월 28일로 공사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어곡초는 내년 3월 새 건물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된다.
신설학교 부지면적은 1만6천414㎡, 연면적은 약 8천773㎡다. 지상 4층 건물로 학급수는 20개 학급 규모다. 기존 12개 학급에서 8개 학급 늘어나 393명이 공부할 수 있다. 20개 학급 가운데 2개 학급은 특수학급과 병설유치원을 각각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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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재 공사 진행 상황은 더디다. 지난달 22일 기준 공정률은 11% 수준으로, 예정공정률 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자칫 예정한 개교일에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공정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공사업체측은 “옹벽 터파기 작업 중 지하수 유출로 인해 안전상 문제가 있어 검토 시간이 필요했다”며 “최대한 일정에 맞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예정한 기한에 공사를 마무리해 아이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공단 내 악취ㆍ소음 고통 받던 어곡초
환경문제로 인한 이전 결정 전국 최초
어곡초는 1939년 개교한 이후 1982년 학교 인근 유산동에 양산일반산업단지가, 2003년에는 학교 바로 옆에 어곡일반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학생들은 악취와 공장 소음은 물론 등ㆍ하굣길 안전을 위협받아 왔다.
2005년 어곡초 인근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면서 학교 이전 계획이 거론됐지만 건설사 부도로 아파트 건립이 무산되자 이전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학부모와 학교, 경남도교육청이 한마음으로 학교 이전을 요구한 끝에 2011년 9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중앙투융자심사에서 이전을 승인받게 됐다.
환경문제로 인한 학교 이전 결정은 전국 최초일 만큼 어렵게 승인받았지만 예산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교육부가 이전 조건으로 ‘국비지원 불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전할 학교에 대한 시설투자는 예산낭비라는 이유로 학교시설개선 지원도 막혔다.
참다못한 학부모회는 2013년 다시 학교 이전을 위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진정서를 교육부 등 관계 부처에 보냈다. 국회의원, 경남도의회와 양산시의회 등 지역정치권 역시 학부모들 노력에 힘을 보태며 학교 이전이 현실화되도록 함께한 결과 지난 2015년 국비 확보를 통해 공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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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곡초등학교 정복자 교장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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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가 한 대인지 두 대인지 확인해요. 어제보다 굴착기가 많이 보이면 공사완공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하죠. 2014년 9월 어곡초에 부임해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팠는데 이전 확정이 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정 교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했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하나둘 이야기를 꺼냈다.
“가끔 근처 공장에서 나는 악취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나기도 해요. 아이들은 냄새가 나도 밖에서 뛰놀고 싶어 하죠. 실내에 강당이나 체육관이 있으면 그곳에서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공간이 부족해 힘들었죠. 지난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 체육관을 만들어줬어요. 아이들이 활동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악취와 먼지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수 있었죠”
그밖에 교실과 화장실, 급식실 등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고,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정 교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참고 견뎌준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너무나도 고맙다고 했다.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과 교사가 참고 견뎌줬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학교가 신설되면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준 아이들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방과후 강좌를 늘리는 등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울 거죠. 그들이 꿈을 펼칠 기회를 주는 것이 제 꿈이에요”
정 교장은 지난해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에덴밸리와 스키ㆍ스노보드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학교가 신설되면 그곳에서 스키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한 비탈에 노는 부지를 활용해 골프, 암벽등반 등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경험하게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새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잘 교육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수업할 수 있는 교실도 많아지니 다른 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방과후 수업도 더 늘릴 생각이에요. 가만히 앉아 책만 보는 것은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수업이 학생들에게 필요해요. 좀 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체험 등을 진행해 꿈에 가까워지게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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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곡초등학교 김경희 학부모회장
“내 아이 모교가 새 터를 찾아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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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 아파트마다 다니면서 서명을 받았어요. 더 이상 아이들이 그렇게 심각한 환경에서 공부하게 할 수 없었죠.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했던 게 ‘고무 냄새’ 였어요. 올해 졸업한 첫째는 6년 동안 그 고무 냄새를 맡으며 생활했죠. 혹여나 안 좋은 물질이 있어 몇십 년 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김 회장도 정 교장과 마찬가지로 열악한 학교 환경에 안타까워했다.
“비가 오는 날은 교실에 물이 떨어져 양동이를 받쳐두고 있어야 하기도 했죠. 그리고 학교 근처 큰 차량이 많이 다녀 아이 등ㆍ하교 때 학원 차를 이용하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이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간절했죠. 하루는 아이가 ‘엄마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우리 졸업하면 끝인데’라고 말하더라고요. 비록 저희 아이는 졸업하고 없지만 아이들 모교이기 때문에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회장의 두 아이는 어곡초를 졸업하고 새로 이전할 학교에서 공부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전이 승인되고 공사가 진행돼 누구보다 기뻤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전했으면 좋았겠지만 내년 3월이라도 이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집 근처에 공사현장이 있어 한 번씩 보면 해도 잘 들어오고 터가 좋아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죠. 아이들이 그곳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뛰놀고, 공부할 것을 생각하니 뿌듯해요”
김 회장은 공사가 늦춰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앞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아이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내년에 이전이 안 되면 어쩌나 조금 걱정되기도 해요. 그런 일 없이 내년에는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았으면 좋겠어요. 비 오는 날이나 밥 먹을 때나 언제든 걱정 없이 아이들이 새 보금자리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상상만 해도 기쁘죠. 새로 입학하는 아이들은 제 아이들처럼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