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가 시 승격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이란 세월 동안 도시는 발전했지만 시민 행동과 의식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건물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다른 유리창을 파손하게 되고, 점차 주변으로 확대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시민의식’도 마찬가지다. 비(非)양심 행동 하나를 방치하면 결국 다수가 비양심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도시 전체를 병들게 한다. 더 나빠지기 전 우리 지역의 ‘깨진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우리 시민의식 수준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보자.
<글 싣는 순서>
① 비양심이 새긴 문신 ‘낙서’
② 24시간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③ 사라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④ 공공기물 해치는 ‘나쁜 손’
↑↑ 범어초등학교 근처 등 양산 곳곳에서 쓰레기를 무단투기한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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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저녁 시간, 주택가 골목에 한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검은 봉지를 놓아두고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또 다른 사람이 봉지를 두고 간다. 몇 시간이 지나자 봉지 주변에 또 다른 봉지들이 모여 쓰레기 무덤이 만들어졌다.
일반 주택가를 살펴보면 골목 구석구석에 쓰레기가 버려져있다. 양산시통합관제센터 모니터 요원은 입을 모아 CCTV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쓰레기 무단투기라고 했다. 낮이나 밤이나 할 것 없이 쓰레기를 비양심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양산시 자원순환과에 따르면 쓰레기 무단투기는 하루에 보통 5~6건, 많게는 10건까지도 적발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로 고질병을 앓고 있는 곳은 바로 삼호동과 동면 원룸촌 일대.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 쓰레기양이 적다 보니 종량제 봉투를 사지 않고 몰래 버린다.
자원순환과로 들어오는 민원은 쓰레기 무단투기가 가장 많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무단 투기에 대한 의식이 바로 잡혀있는 편이지만 어르신이 무단 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박중현 자원순환 담당은 “1995년 처음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고 무단 투기가 엄청났다”며 “그냥 버리면 가져가던 쓰레기를 돈 주고 버리라니 어르신들 중에 무단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물금 증산지역을 비롯한 신도시 개발지역 역시 쓰레기 무단투기로 심각하다. 자원순환과는 공사 중에 나온 폐자재가 생기자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쓰레기를 완벽하게 처리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기동 단속반, CCTV 운영에도
무단투기 근절에는 어려움 있어
이에 양산시는 환경미화원 4인으로 구성된 기동 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 무단투기로 신고와 적발이 많은 20곳에 CCTV를 설치해 시청에서 모니터로 상시 확인한다. 민원이 들어오거나 무단투기한 쓰레기가 확인되면 환경미화원이나 자원순환과 직원이 현장에 직접 나가 증거물을 찾는다.
현재 환경미화원은 하루에 8시간, 약 20km를 걸어 다니며 청소하고 있다. 청소도 힘든데 무단투기가 발견되면 범인을 잡기위해 쓰레기를 뒤져 증거까지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박 담당은 “자원순환과 직원들도 민원이 들어오면 CCTV로 확인하고 무단투기 현장으로 찾아가 쓰레기를 뒤져 찾아본다”며 “그 사실을 알고 교묘하게 증거물만 빼 버리는 사람도 있어 범인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범인을 잡기 위해 인력 충원이나 장비를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은 무단 투기 처리비용 등도 자신이 낸 세금에서 나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당장 몇 천원 아끼기 위해 무단 투기를 일삼고 있다.
박 담당은 “젊은 사람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무단투기는 여전해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가까운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보면 주택가나 거리가 매우 깨끗한데 시민의식이 바로 잡혀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 쓰레기 무단투기하지 않고 양심을 지켜야 지역이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이다.
↑↑ 지난 12일, 중부동 모다아울렛 앞에 쓰레기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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