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교육자로, 시민으로 살아온 시간
진정한 인성 교육 위해 직접 봉사 실천ⓒ
쫀득쫀득한 떡에 뽀얀 국물, 살짝 풀어헤친 계란, 언양에서 직접 가져온 소고기를 얹은 떡국 한 그릇이 나온다. 양산시장애인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떡국을 나눠주느라 앞치마를 입은 한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 어르신과 식당 사이를 오가던 양성희 양산시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장(56)은 이날 직접 만든 떡국을 어르신과 복지관 이용자들에게 전달했다.
양 위원장은 장애인복지관뿐 아니라 양산시사립유치원 연합회 회장, 시각장애인협회 후원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양 위원장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가르치고 돌본 아이들에서 비롯됐다.
“처음 나눔을 실천하는 일을 배운 것은 25년 전 통도사새마을유아원에서부터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아이들에게는 불교의 ‘보시’처럼 아무 조건 없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자세를 배운 아이가 인성이 바르게 자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집에 두 딸도 은연중 제가 봉사하며 사는 것을 보며 커왔는데 그러니 저절로 아이들 인성이 바르게 자라는 것을 느꼈어요”
기부나 봉사도 ‘교육’ 실천이라 생각하며 지역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양 위원장. 두 딸이 장성할 때까지 키우고, 25년 전부터 유치원 교사로 일해 숲속유치원을 세우면서 봉사와 기부가 곧 살아 있는 인성교육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양 위원장은 시각장애인협회에 5년째 기부금을 전달해 왔으며, 현재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양산시장애인부모회와 인연을 맺은 뒤 8년 동안 성금을 전달해왔다. 그는 인연을 맺은 곳은 한 번 도와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 없는지 항상 신경쓰며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1년에 1천만원 기부하면서도 아쉬움
지역 환원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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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이 서울에서 공부할 때도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주라고 과일도 넉넉하게 챙겨줬죠. 돈이 많아서 준다기보다 친구들 차라도 한 잔 사주고, 가진 것을 먼저 나눠주라고 가르쳤어요.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것을 보여줬죠. 그랬더니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어느 날 작은 아이가 저처럼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유치원 아이들과 딸을 위해 그리고 저의 행복을 위해 봉사와 기부는 계속하고 싶어요”
두 딸과 유치원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양 위원장의 봉사와 기부는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곳에서부터 먼저시작했다. 지역 이곳저곳 기부하다보니 1년에 1천만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처음 인연을 맺은 곳에 지원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기부한 것의 몇 배 이상 행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1년에 1천만원이나 지원하고 있는지 저도 몰랐어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하나둘 모이니 꽤 큰 금액이 됐죠.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양 위원장은 지역사회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며 함께 나누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몇 년 전 지역아동센터에서 양 위원장의 유치원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그날 그가 바로 도움을 주자 지역아동센터 관계자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눈물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 지역에서 사업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수익 일부를 환원하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로서, 양산시민으로서, 딸아이 엄마로서 봉사와 기부는 멈추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