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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생수보다 건강한 물입니다”..
사회

“생수보다 건강한 물입니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6/03/22 12:06 수정 2016.03.22 12:06
양산시, 수질평가 전국 1위에도 수돗물 음용률 10% 못 미쳐
낡은 관에 막연한 불안감… 안심확인제 시행해도 불신 여전
김진숙 상하수도사업소장 “물은 곧 복지, 믿고 마시게 할 것”

“음식은 며칠 굶어도 살 수 있지만 물은 아니잖아요. 마시는 물을 공공재로 봐야 하는 이유죠. 그래서 깨끗한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곳곳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특히 모든 인류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연구ㆍ노력하기 위해 1992년 유엔(UN)에서 선포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고 하지만 사실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 편이다. 양산지역만 해도 상수도 보급률이 98%에 이르고 특별한 이유 없이 단수(斷水)되는 일이 거의 없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도 지하수를 뚫어 사실 물 걱정은 별로 없다.


그런데 수질 문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을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가정에서 수돗물을 끓여 마시거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사 마신다. 생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등에서도 수돗물 음용률(飮用率)이 7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양산지역은 어떨까? 수돗물 음용률은 어느 정도고, 과연 믿고 마셔도 될 정도의 수질일까?
김진숙 양산시상하수도사업소장(사진)에 따르면 양산시는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수질의 수돗물이다.



실제 지난해 전국 155개 수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수도사업 운영ㆍ관리 실태평가’에서 양산시는 인구 30만 미만 도시들 가운데 최우수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인구수와 관계없이 평가 점수만 놓고 봐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특히 수질관리분야 평가에서는 20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수질 관리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양산지역 수돗물 음용률은 10%가 채 안 된다. 수질의 우수성과 상관없이 막연한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막연한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아무리 깨끗하다 얘기해도 마시는 물이다 보니 걱정이 앞서는 거죠. 게다가 낡은 관 때문에 더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라고 생각해요”


김 소장의 진단은 정확해 보였다. 수돗물의 품질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함께 각 가정의 낡은 관 때문에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양산시가 낡은 공용관을 꾸준히 교체하고 있음에도 이런 불신은 여전히 남는다.















ⓒ 양산시민신문




김 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낡은 관을 교체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양산시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과 부산 등 일부 광역도시에서는 현재 이 같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상하수도사업소는 내년부터 300세대 이상 거주하고, 준공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부터 차례로 관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예산 편성도 할 계획이다.


상하수도사업소는 1개월, 3개월, 1년, 5년, 10년 등 아파트 입주 기간별로 수돗물 품질을 검사해 자료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가정의 낡은 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양산시상하수도사업소는 올해부터 수돗물 음용률 끌어올리기 위해 본격 노력하기로 했다. 먼저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적극 활용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로 했다.



‘수돗물 안심확인제’란 가정이나 기업에서 신청하면 수질검사 담당공무원이 직접 가정이나 기업을 방문해 무료로 수질을 검사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는 48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현재까지는 시민이 요청하면 수돗물을 수거해 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형태지만 앞으로는 담당 공무원이 시민 눈앞에서 직접 수질검사를 하는 방법도 계획하고 있다.


“가끔은 ‘사람들이 먹지도 않을 물을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 고품질로 생산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차라리 마시는 물이 아닌 생활용수 정도로만 수질을 높여 정수 비용을 아끼고, 그만큼 수도요금을 낮춰주는 게 차라리 시민에게 더 나은 정책은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죠”


김 소장이 회의감을 느낄 만큼 낮은 수돗물 음용률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을 하나의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물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특히 수돗물은 그 집단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만큼 단순히 개인 가정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복지”라며 “지금 가정용 관에 대해서는 이용자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정에서 자력만으로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원이 분명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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