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건물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다른 유리창을 파손하게 되고, 점차 주변으로 확대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시민의식’도 마찬가지다. 비(非)양심 행동 하나를 방치하면 결국 다수가 비양심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도시 전체를 병들게 한다. 더 나빠지기 전 우리 지역의 ‘깨진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우리 시민의식 수준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보자.
<글 싣는 순서>
① 비양심이 새긴 문신 ‘낙서
② 24시간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③ 사라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④ 공공기물 해치는 ‘나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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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려고 갔더니 떡하니 다른 차가 주차해있었어요. 우리는 휠체어나 목발을 꺼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주차할 수 없죠. 운전자와 시청에 전화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고, 우리는 기다려야 했어요. 다른 곳에 주차할 수 없는 우리 상황을 주차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일부 시민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와 주차 방해 등이 계속되고 있어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폭 3.3m, 길이 5m 이상이고 평행주차형식인 경우 2m 이상, 길이 6m 이상으로 일반주차장의 1.5배 정도다. 장애인이 주차하고 휠체어를 꺼내 보행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등 어려움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와 주차방해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는 자동차 앞유리에 장애인자동차 중 주차가능표지를 부착하고 보행상 불편이 있는 장애인이 탑승한 경우에만 주차할 수 있다. 주차가능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평행주차, 주차구역선 훼손 등 주차방해행위를 하면 과태료 50만원이 부과된다.
양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 순회단속 결과 웅상지역을 제외한 서부양산지역만 계도 건수가 2천809건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 1, 2월 행정자치부가 만든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앱에 올라온 양산지역 민원신고는 한 달 사이 142건에서 150건으로 늘었고, 과태료부과도 76건에서 105건으로 늘었다.
양산시 사회복지과는 “신고방법이 간소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앱을 통한 신고가 늘었다”며 “‘잠시’ 주차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그 잠시 때문에 장애인들은 주차할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태료 부과 공문이 나가면 항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와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내 아파트, 우리 아파트에 장애인도 없는데’, ‘주차가 아니고 잠깐 정차한 것뿐’이라는 등 하소연을 하거나 입에 담기 힘든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30분에서 길면 1시간 동안 오히려 당당하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주차구역 바닥에 그려진 표시를 보고도 주차하는 사람이 많다. 장애인만 주차할 수 있는 구역을 자리가 있으면 주차해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이다.
사회복지과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므로 비장애인이 주차할 수 없으며 주차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작지만 큰 배려다. 운전자들은 주차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 입구와 가깝고 넒은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이 당장 달콤한 편리함을 주겠지만 장애인에게는 큰 어려움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