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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인구 30만 시대, 우리의 시민의식은?] 비(非)양심이 ..
사회

[인구 30만 시대, 우리의 시민의식은?] 비(非)양심이 새긴 문신 ‘낙서’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3/08 10:34 수정 2016.04.08 10:34

양산시가 시 승격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이란 세월 동안 도시는 발전했지만 시민 행동과 의식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건물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다른 유리창을 파손하게 되고, 점차 주변으로 확대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시민의식’도 마찬가지다. 비(非)양심 행동 하나를 방치하면 결국 다수가 비양심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도시 전체를 병들게 한다. 더 나빠지기 전 우리 지역의 ‘깨진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우리 시민의식 수준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보자.



<글 싣는 순서>
① 비양심이 새긴 문신 ‘낙서’
② 24시간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③ 사라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④ 공공기물 해치는 ‘나쁜 손’



홍룡사 대나무, 관광객 낙서로 몸살













ⓒ 양산시민신문


홍룡사 종무소 앞에는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대나무가 촘촘하게 서 있다. 대나무 숲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무마다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높이에 ‘○○아 사랑해’, ‘○○ 왔다 감’ 등 연인의 약속이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낙서로 가득하다. 마디마디에 빼곡히 새겨진 낙서는 나무의 하얀 속살이 보일 정도로 깊은 ‘흉터’로 남아 있다.


대나무 낙서가 심각해지자 홍룡사 측에서는 ‘대나무에 이름을 새기거나 낙서를 하지 마세요. 대나무가 아파해요. 자연을 사랑하면 복을 받습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기와를 대나무 숲 인근에 놓아뒀다.
하지만 기와에 새겨진 당부의 글귀에도 아랑곳 않고 사람들은 손이 닿는대로 낙서를 하고, 심지어 낙서를 하지 말라는 기와에도 낙서를 해 놓았다.


홍룡사는 신라 673년(문무왕 13)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양산8경의 하나인 ‘홍룡폭포’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귀한 가치를 담은 사찰이라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대표 관광지이자 문화유산인 이곳이 보기 흉한 낙서로 방문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홍룡사나 홍룡폭포를 방문하며 대나무 낙서를 본 사람들은 “제발 좀 이러지 말자. 부끄럽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국민성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낙서로 아파하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바로 양산시민의 대표 독서 공간이자 특히 어린 학생들이 많이 찾는 양산시립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곳 지하 1층 간이휴게실은 도시락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곳인데 흰색 벽면에는 온갓 낙서들로 ‘도배’가 돼 있다. 욕설에서부터 음담패설, 퇴폐적인 그림까지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시립도서관 벽과 책 속 낙서 심각














양산시립도서관 간이휴게실


안유진 도서관 운영담당은 “처음에는 낙서가 많지 않았지만 조금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이 지경까지 됐다”며 “주의도 주고 안내문도 붙여봤지만 계속 낙서가 늘어났고, 특히 사람이 지나다니는 공간이 아니라 막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양산시립도서관 어린이자료실

1층 어린이자료실 구석에도 아이들이 적은 낙서로 어지럽다. 벽에 낙서도 낙서지만 책을 함부로 다뤄 파손시키고 무책임하게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다. 또한 책 안에 문제를 풀고 채점, 점수까지 매겨 다음 사람이 책을 읽기 힘든 경우도 있다.


안 담당은 “직접 돈 주고 사는 책이면 깔끔하게 보겠지만 그게 아니다보니 함부로 다뤄 파손된 책이 많다”며 “수리가 안 되는 책들은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개관한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파손된 도서는 약 60권에 이른다. 책을 파손한 경우 변상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몰래 두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안 담당은 “60권이면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고려했을 때 결코 적은 양이라 할 수 없다”며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은 우리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시각에 따라 ‘낙서가 뭐 그렇게 큰 문제라고 시민의식까지 운운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홍룡사 대나무 숲과 시립도서관의 ‘낙서’는 분명 우리 지역의 ‘깨진 유리창’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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