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야구는 쉰 살 부터죠. 그전엔 어려서 안 돼요”..
사람

“야구는 쉰 살 부터죠. 그전엔 어려서 안 돼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6/04/11 12:50 수정 2016.04.11 12:50
Y.S레전더스 야구단 지난해 11월 창단… 선수 18명 전원 50세 이상 ‘중년’
양산시야구협회 103번째 팀으로 등록해 올해부터 사회인야구리그 첫 참가
이계용 감독 “나이 많다는 이유로 경기 나설 기회 사라지는 게 아쉬워 창단”

‘딱~!’ 소리에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 시선이 일제히 공을 따라간다. 타구는 3루 방향으로 강하게 굴렀다. 3루수가 공을 잡았다. 아니, 몸으로 막았다. 몸으로 막은 공이 운동장 위를 뒹구는 사이 타자는 1루로 전력 질주한다.


3루수는 급한 마음에 재빨리 공을 주워 1루로 힘껏 뿌린다. 그런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공 하나 던졌을 뿐인데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결국 공을 던진 3루수는 운동장에 넘어진다. 3루수 손을 떠난 공도 1루수 글러브까지 날아가지 못한다. 바닥에 떨어진 공이 데굴데굴 굴러 1루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을 때 타자는 이미 베이스를 지나 호흡을 고르고 있다.


“아따~ 행님은 뭐 공만 잡으면 넘어지능교~ 머시 그리 급하다고 그 난리고. 운동장에서 그래 뒹구니까 맨날 몸살이 나는기라. 하하”


같은 편 후배 놀림이 이어진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것도 처음 하는 야구 아닌가. 이 정도면 됐다. 놀리는 후배도, 놀림당하는 본인도 이 순간이 재밌다. 그래서 야구가 더 재밌다.















ⓒ 양산시민신문



양산시 사회인야구리그에 올해 처음 참가하는 팀이 있다. 지난해 11월 창단해 올해 103개 리그 참가팀 가운데 가장 막내다. 그런데 얼핏 보면 선수 18명 모두가 ‘감독급’이다. 적어도 외모는 그렇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릴 때 볼 수 있는 OB팀 같기도 하다. 누가 봐도 ‘신생팀’ 선수들로 보이진 않는다.


야구를 사랑하는 50세 이상 ‘중년’들이 의기투합해 창단한 야구단 ‘Y.S레전더스’(회장 문종만, 감독 이계용, 이하 레전더스) 이야기다. 50세 이상 연륜 많은 선수들 덕분(?)에 어딜 가나 ‘형님’ 대접받는 ‘전설들’이다.


레전더스는 올해 사회인야구리그 개막 후 지금까지 2경기를 치렀다. 지난달 5일 ‘양산부산대미라클’ 팀과의 개막 첫 경기에서 17대 3으로 졌다. 지난달 26일 열린 ‘야구재이’ 팀과의 두 번째 경기 역시 21대 0으로 졌다. 안타 두 개와 사사구 2개로 출루한 게 전부다. 두 경기 모두 콜드패.


그렇다. 현재 레전더스 실력은 솔직히 리그 꼴찌다. 신생팀답다. 어쩌면 50대 중년들이 30대 젊은 피가 득실거리는 다른 야구단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21대 0이라는 성적은 좀 아쉽지만.


2전 전패. 그것도 콜드패. 아직은 분명 부족한 실력이고, 그래서 운동장에서 위축될 법도 하지만 레전더스는 아니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조차 순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레전더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50대 이상 중년들이 그저 공을 던지고 치는 재미에 빠져 만든 팀이기 때문에 승패에 대한 초월이 가능하다.


레전더스 많은 선수들이 원래는 다른 야구단에서 몸담고 있었다. 이들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야구의 재미도 떨어졌다.


그래서 ‘전설들’이란 이름으로 뭉쳤다. 50의 나이에도 ‘젊은 피’가 될 수 있고, 60이 넘었지만 ‘노장’ 취급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뜻대로 따르지 않는 몸뚱이 탓에 원치 않는 ‘몸개그’도 자주 선보이지만 그마저 즐겁다. 레전더스는 야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레전더스의 존재는 양산시 야구계 전체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도 많은 기대를 갖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죠. 여러 가지 도움도 주고 싶은데, 워낙 알아서 잘하는 편이라 지금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 레전더스 팀내 최고령인 노상도(61) 선수가 지난달 26일 야구재이 팀과의 경기에서 마지막회 대타로 나섰다. 아쉽게도 결과는 삼진.
ⓒ 양산시민신문



하영일 양산시야구협회장은 레전더스를 양산시 야구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신생팀이라 많이 신경 쓰이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 야구 저변 확대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양산시 야구협회 소속 팀 대부분이 2~30대, 많아야 40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50대 이상 중년들이 마음껏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팀, 말 그대로 나이 한계를 허물고 있는 팀이 바로 레전더스다.


“야구를 사랑하는 50대 이상 모두를 환영합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을 필요 없이, 하고 싶은 야구 마음껏 즐기세요. 우리 다 같이 재미있게, 사이좋게 야구가 주는 재미에 빠져 보자고요”


어차피 인생은 60세부터라고 했다. 50세면 아직 한창일 나이다. 고작 50세에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기 싫다면, 야구라는 운동이 주는 재미 그 자체에 빠지고 싶다면, 언제든 레전더스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물론 가입 조건은 있다. 50세 미만은 너무 어려서 안 된다. 애들은 가라~!


이계용 감독 말처럼 불타는 50대, 야구의 재미가 궁금한 사람은 스스로 ‘전설’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두드리기만 하면 문은 언제든 열릴 준비가 돼 있다.

# 레전더스 코치진, 선수 명단.
▶회장 문종만(54) ▶감독 이계용(54) ▶코치 이종규(54) ▶내야수 노상도(61), 황은하(55), 오재후(54), 이대현(54), 김재남(54), 이성민(52), 박원철(50), 황오철(50), 박덕병(50), 차실재(50) ▶외야수 고병극(56), 심성구(51), 손현준(50), 권오영(50), 변철형(50)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