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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내 아이 모국의 역사ㆍ문화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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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모국의 역사ㆍ문화를 배우다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4/19 17:29 수정 2016.04.21 17:29
다문화 이주민 여성 누엔티란, 김경란 씨

양산시립박물관 봉사활동 자원 신청
나흘간 교육받아 박물관 안내 봉사해

















↑↑ 사진 왼쪽부터 누엔티란, 김경란 씨.
ⓒ 양산시민신문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양산시립박물관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조금 어설픈 말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입구로 들어오는 아주머니가 박물관 화장실을 물어보자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아주머니는 그의 말투와 얼굴을 보더니 ‘외국 사람인데 여기서 좋은 일 하고 있네’라며 칭찬한다.


한국 생활에 아직 서툰 김경란(31, 필리핀), 누엔티란(30, 베트남) 씨가 제5기 양산시립박물관 자원봉사자로 지역 봉사에 나섰다. 두 사람은 지난달 7일부터 나흘간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실내교육을 받고, 현장답사까지 다녀왔다. 모든 교육을 수료한 두 사람은 박물관을 찾는 시민을 안내하고, 나아가 지역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아이와 자신, 한국에 정착하게 도와준 지역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들이 한국에 살며 몰랐던 한국 역사ㆍ문화를 공부해 아이에게 알려주고, 자신을 도와준 양산을 돕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이주민 여성에게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아이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파

누엔티란 씨는 모국에서 지인 소개로 남편과 만나 결혼했다. 한국만큼 취업이 어려운 베트남에서 3년간 일한 경력을 두고 2011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결혼하고 바로 사랑하는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아이가 태어나고 더욱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어느새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자 한국 문화와 베트남 문화 차이에 관해 물어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아이가 한국 역사에 대해 물어봤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이번 박물관에서 봉사교육을 받으면서 역사와 문화도 배웠죠. 그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한국과 베트남 문화 차이점을 설명해줄 수 있었어요. 제가 공부하겠다고 하니 나이 들면 힘들다고 지금 많이 배워둬라 하시며 아이를 돌봐주신 시부모님께 감사해요”


누엔티란 씨와 같은 시기인 2010년 김경란 씨도 한국 남자와 결혼해 가족이 있는 필리핀을 떠나 홀로 한국에 왔다. 그녀는 시댁인 부산에서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남편 직장을 따라 양산에 이사 왔다.


두 사람의 한국에서 삶은 비슷한 점이 많다. 김 씨도 결혼과 함께 바로 아이를 가져 현재 6살 난 아이가 있다. 그녀도 자신의 아이에게 모국의 문화를 설명해주고 싶어 역사 공부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글공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서로를 알게 됐다. 그들은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에서 봉사활동 공지를 확인했고, 자원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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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립박물관에서 나흘 동안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경주 남산으로 유적지 탐방까지 다녀왔다. 김 씨는 처음 한글을 배울 때 글로만 배웠던 한국 문화를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역사책에 나오는 단어가 너무 어려웠는데, 눈으로 보니 이해하기 쉬웠죠. 경주 유적지를 찾아가 직접 보니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교육과 탐방으로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설명해줄 것이 생겨 너무 좋았어요”

언어 장벽 극복하고 봉사까지

두 사람이 하루아침에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 언어 장벽부터 극복해야 했고, 사람들 시선도 이겨내야 했다. 누엔티란 씨는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 도움을 받아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와서 혼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대화할 사람도 없고 너무 힘들었죠.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베트남 선생님이 직접 집까지 찾아와 한글을 알려줬어요. 처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모국어로 설명해주는 선생님 덕분에 1년이 안 돼 말을 알아듣고, 대답할 수 있게 됐죠”


반면 김 씨는 누엔티란 씨처럼 방문 선생님도 없었고, 짧은 시간 단체 수업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실력 향상은 더뎠다. 그러다 2013년 남편 직장과 가까운 양산에 이사온 후에야,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도움을 받아 언어도 배우고 조금씩 한국에 적응했다.

모국어로 설명해주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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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육을 수료한 누엔티란 씨는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첫날 입구에서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도 하고, 안내도 도왔다. 그는 지금은 인사와 간단한 안내만 할 수 있지만 역사 설명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람도 만나고, 역사에 대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 좋아요. 지금은 자세한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훗날 베트남 사람이 오면 베트남 말로 자신 있게 설명해주는 게 꿈이에요”


김 씨도 봉사활동이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첫 봉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고 지금까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물관에서 저희를 만났을 때 물어보면 뭐든 도와드릴게요. 아직 언어도 서툴러 역사와 문화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정성껏 알려드릴게요. 필리핀 사람이 오면 진짜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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