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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관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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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차이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6/04/26 10:57 수정 2016.04.26 10:57













 
↑↑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숫자 ‘6’이 적힌 종이를 놓고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사람이 종이에 뭐가 쓰여 있는지를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 앉은 사람은 ‘6’,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9’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두고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들어 우리 사회를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관점에 따른 여러 해석으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을 종종 보게 된다. 어느 사안이나 사물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숫자 ‘6’ 혹은 ‘9’를 놓고 벌어지는 촌극처럼 이는 서로 위치를 바꾸지 않는 한 극복할 수 없는 관점의 차이다.


최근 민간단체에서 주최하는 프리마켓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카페가 물금 워터파크에서 진행한 프리마켓에는 시민 3천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양산시가 이를 규제하면서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주최측은 프리마켓은 상행위라기보다 스스로 생겨난 하나의 공동체 문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발했다. 반면 양산시는 공원에서 상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단속에 나섰던 공무원은 프리마켓은 문화가 아니며, 다른 공원 이용객에게 피해를 주는 상행위라고 봤다.


현행법상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양산시와 과도한 규제라는 주최측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주최측이 프리마켓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프리마켓을 보는 관점의 차이, 즉 서로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 벌어진 안타까운 상황이다.


법을 집행하는 양산시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양산시가 ‘단속을 위한 단속’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법 적용의 형평성을 기해야 한다. 지난해 열린 국화축제 때 워터파크에서 관변단체의 상행위가 있었다. 하지만 양산시는 단속하지 않았다.


반면, 프리마켓을 진행한 주최측도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업체가 만든 새 상품, 건강식품, 음식물, 푸드트럭 등은 애초 프리마켓 취지와 거리가 있다. 양산시는 바로 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프리마켓은 이미 전국 곳곳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홍대 거리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을 파는 프리마켓이 열려 성황을 이루면서 하나의 지역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이렇다 할 거리 문화가 없었던 양산에서도 프리마켓이 태동하고 있지만 이렇듯 관점의 차이로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견은 관점에서 나오고, 관점은 입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결국 어떤 의견이라도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입장을 바꿔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 시대 명정승로 손꼽히는 황희의 ‘삼시론’(三是論)을 떠올려 보자. 황희는 하인 부부가 말다툼을 했는데, 남자 하인으로부터 하소연을 듣고 “네 말이 옳다”고 했고, 여자 하인의 하소연을 듣고는 “그래, 네 말도 옳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정승 부인이 그런 법이 어딨냐고 하자 “듣고 보니 부인 말씀도 옳소”라고 했다고 한다.


황희가 세 번 옳다고 한 것은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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