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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다친 사람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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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사람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4/26 11:27 수정 2016.04.26 11:27
버스에 부딪친 어르신 도운 김영욱 주민자치위원장
병원으로 이송 돕는 등 버스기사 대신 사고 수습해

지난 1일 이른 아침 박천국(69, 양주동) 씨는 아내와 동네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창 출근시각인 오전 7시 50분쯤 양주동 현대아파트에서 집이 있는 주공4단지로 넘어가는 길목에 섰다.


그들은 건널목에 신호등이 없어 주변에 차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길을 건넜다. 아내가 앞장섰고, 박 씨는 그 뒤를 이어 건너고 있었다. 그때 박 씨는 마침 그곳을 지나던 버스 후면에 머리를 부딪쳤다.


박 씨 머리에서 피가 흘렀고, 아내는 놀라 아스팔트에 주저앉았다. 버스 기사는 차를 세워 박 씨에게 다가갔지만 출근시간이라 바로 차를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씨 부부는 사고로 정신이 없었고, 버스 기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은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어 사고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그때 건너편을 지나던 김영욱 양주동주민자치위원장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상황을 확인한 김 위원장은 버스 기사 전화번호를 받았고, 버스를 운행해야 하는 기사 대신 상황을 수습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근처에 있는 승용차를 발견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박 씨를 차에 태웠다. 승용차 주인과 박 씨에게 자신의 명함을 줬고, 상황을 정리하겠다고 안심시켰다.


박 씨는 “머리에서 피가 나고 아프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자기 일이 바빠서 그런지 지나가버렸고, 우리 부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김 위원장이 우리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 김영욱 양주동주민자치위원장(사진 왼쪽)과 박천국(사진 오른쪽) 씨.
ⓒ 양산시민신문


김영욱 씨, 사고 목격 후 뒷처리 솔선수범

이날 김 위원장이 슬기롭게 대처한 덕분에 박 씨와 그의 아내는 안전하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박 씨는 열흘간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았고, 현재 머리에 난 타박상은 다 나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 충격으로 몸이 완쾌되지 않아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이런 일을 겪은 김 위원장은 사고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고가 나도 도와주지 않는 주민 모습에 놀란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4일에 있는 경로행사를 준비하느라 양주동주민센터로 일찍 출근하고 있었다”며 “어르신 두 분이 연세가 좀 있어보였는데 교통사고로 당황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길래 도와드리려고 다가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당시 박 선생님 머리에 피가 나고 있었는데 버스 안에 있는 사람도 근처를 지나던 사람도 다들 쳐다 볼 뿐 도와주는 이 하나 없었다”며 “그날 우리 사회가 참 각박하다는 생각을 했고, 어르신을 공경하고 이웃을 아끼는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고에 주민이 관심이 없었던 이유가 애향심이 부족하고 젊은이가 어르신과 소통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주민자치위원회가 각박한 세상을 벗어날 연결 고리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양주동 인구가 약3만8천명인데 양산이 고향인 사람은 몇 안 되고 거의 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며 “옛날 같으면 형님 동생하며 주변 사는 사람이 다 연결되는데 양주동은 그런 게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진행해 묵묵하게 주민과 주민, 행정과 주민 사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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