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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불매운동, 그 정당한 ‘갑질’에 대해..
오피니언

불매운동, 그 정당한 ‘갑질’에 대해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6/05/10 09:48 수정 2016.05.10 09:48













 
↑↑ 장정욱 기자
ⓒ 양산시민신문 
모든 소비자는 ‘갑’이다. 소비자는 흔히 ‘금전’이라 부르는 지불 가치를 주고 재화(물건) 또는 서비스를 구매한다. 구매에 관한 모든 결정권은 소비자 몫이다. 그래서 거래 과정에서 늘 ‘갑’의 위치에 선다. 가끔은 물건을 판매하는 측에서 소비자를 ‘역선택’하기도 하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물건을 구입하며 돈을 지불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갑질’을 한다. 물론 여기서 갑질은 소비자로서 가지는 당연한 권리 행사를 의미한다. 우리가 떠올리는 질 나쁜 갑질과는 다른.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소비자에게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고, 경영자가 경영자단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것과 달리 소비자는 자신들의 소비주권을 보장받기 위한 ‘조직된 힘’도 없다. 유일한 힘이라면 재화를 구입하지 않을 권리, 즉 ‘불매권리’ 뿐이다.


불매운동은 오직 소비자만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당한 저항수단이다. 사실상 모든 사람이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소비주권을 주장하기 위한 강력한 힘은 ‘불매운동’이 유일한 셈이다.


최근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판매한 기업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자사 제품이 인체 유해성분을 함유하고 있음을 알고도 판매했다. 심지어 유해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보고서를 조작하는 등 ‘범죄’ 행위를 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을 넘어 기만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에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도시 개인 소비자를 중심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단체(조직) 단위로 확산하고 있다. 양산지역에도 온라인 모임에서 조금씩 ‘불매’란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가진 권리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이다. 문제는 그 힘이 언제나 사용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 불매운동이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단화해야 한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룰수록 효과가 크다. 티끌 상태에서의 불매운동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불매운동은 늘 ‘잠재력’ 상태로 존재한다.


과거 많은 소비자가 다양한 물건 또는 그 물건을 판매한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수십, 수백 차례 크고 작은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물론 불매운동은 성공 기준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다만, 불매운동 목적이 기업의 사과 또는 판매중단, 보상 등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했을 때 성공사례가 많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동안 불매운동이 ‘티끌의 소리 없는 저항’ 수준에서 끝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옥시제품 불매운동 역시 성공과 실패를 장담하기 어렵다. 여론을 의식해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떠나 조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활동 역시 소비자, 즉 시민 반응에 따라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보장 역시 마찬가지다. 저항할 수 있는 소비자의 조직된 힘이야 말로 소비주권을 책임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불매운동이야말로 그런 조직된 힘의 전형이 필요하다.


이번 불매운동이 정당한 갑질로 소비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대표 사례가 될지, 아니면 봄바람에 흩날려 사라지는 ‘티끌’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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