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연(43), 신중기(52) 씨는 농아인 볼링선수다. 두 사람은 (사)경남농아인협회 양산시지부(지부장 김창섭)에서 ‘볼링’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평범한 주부였던 정 씨는 2006년부터 볼링을 시작해 지금까지 경남, 전국, 올림픽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반면 신 씨는 2010년부터 볼링과 함께해 지난 8일 ‘제21회 경남 농아인 볼링대회’에서 처음 남자 개인 1위 성적을 기록했다. 정 씨는 10년, 신 씨는 6년을 볼링과 함께했다.
두 사람이 있는 (사)경남농아인협회 양산시지부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협회 회원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다. 정 씨와 신 씨는 오랜 연습으로 얻은 성과였기에 상을 받는 순간이 너무나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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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여자팀에서 우리가 1, 2, 3위를 싹쓸이했어요. 항상 좋은 점수를 내던 진주시와의 경쟁해서 이겼죠. 종합우승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다 함께해낸 일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볼링을 추천해요. 건강한 몸을 가지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일반인보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편견을 없애 우리도 사회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스포츠, 즉 볼링이라 생각해요”
정 씨는 앞으로도 올림픽뿐만 아니고 지도자로서 다른 농아인에게 볼링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처럼 볼링으로 새 삶을 얻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신 씨는 열심히 더 노력해서 경남체육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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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연 씨 -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국가대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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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3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어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는 듣지 못하는 사람은 ‘할 수 없다’는 편견 속에 힘들었지만 긍정의 힘으로 이겨냈다. 그러다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15년 전 첫째를 낳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아이가 다섯 살 되던 무렵 별다른 취미도 없던 그에게 볼링이 찾아왔다.
“농아인협회 추천으로 볼링을 시작하려 할 때 가족 반대가 심했어요.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제가 듣지 못하니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는 할 수 있다고 끝까지 가족을 설득했어요. 결국 아이를 데리고 볼링장에 갔죠”
정 씨가 아이를 데리고 볼링을 연습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는 연습 내내 ‘배고프다, 과자 사 달라, 집에 가고 싶다’며 보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상황에도 볼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대회에 나갈 실력은 아니었어요. 취미로 볼링을 배우다 2년 만에 대회에 나갈 수 있었죠. 너무 떨리고 불안해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 했어요. 첫 대회가 끝나고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 마치 ‘중독’처럼 볼링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80점밖에 안 되던 점수가 지금은 190점까지 올랐죠”
이후 정 씨는 국가대표 도전에 성공했고, 2009년 대만에서 열린 청각장애인 올림픽 ‘데플림픽’에 참가했다. 그는 선발전에서 3일 동안 64게임을 했고, 오랜 체력 싸움에서 이겨냈다. 이후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 3인조에서 동메달을 땄다.
“기분이 너무 좋아 가장 먼저 가족에게 연락했어요. 가족들이 처음에는 안 된다고 볼링을 반대했었는데 좋은 결과로 보여줄 수 있어 더 좋았죠. 메달을 가지고 집에 돌아갔을 때 엄마가 우는 모습을 봤어요. 너무 기뻐서 눈물 흘린다며 저를 키운 보람이 있다고 말했죠”
그는 2013년 소피아 불가리아 올림픽에도 도전해 금메달을 가슴에 안았다. 정 씨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다음 올림픽을 준비한다.
신중기 씨 - ‘함께’하는 볼링, 50대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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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는 1급 청각장애인으로 농아인협회 회원이다. 그는 5년 전 협회 지부장 추천으로 볼링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농장이나 밭일을 돕던 그는 일이 끝난 후에야 볼링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일이 바빴지만 지부장님이 볼링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큰마음 먹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평균 점수가 130점 정도로 그리 높지 않았죠. 점수보다 몸과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 생각하며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점수가 좋아졌고, 지금은 평균 190점 정도죠”
신 씨는 볼링이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라 좋다고 했다. 그는 대회에 나가도 개인전보다 단체전이 몇 배는 즐겁다고 한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3인조로 구성해 서로서로 좋은 성적을 내려 열심히 했죠. 단체전은 모든 선수 점수를 합한 결과가 우승을 좌우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욕심으로는 힘들어요. 초보였지만 우리 팀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죠. 그때는 등수 안에 들지 못해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기뻤어요”
신 씨 볼링 성적은 등수 안에 못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해마다 조금씩 노력해 이번 대회에서 남자 개인 1위 성적을 거뒀다. 볼링을 시작하고 받은 첫 상이다.
“개인전에 출전하면 잘하는 사람이 많고, 떨려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시간 되는 대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일 끝내고 혼자 국민체육센터에 가서 부족한 부분을 점검했죠. 대회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계속 연습해요”
신 씨는 선수들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팔 힘은 조금 부족하지만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노력파다. 그는 없는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다른 회원들과 조언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