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ㆍ군보다 비싼 것은 사실
실제 봉툿값을 살펴봤다. 종량제봉투 가격을 규정한 <양산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양산은 20ℓ 기준 판매가격이 750원이다. 경남에서는 창원과 밀양이 700원, 거제 650원, 김해 600원, 통영과 사천 500원, 진주와 산청 450원, 의령ㆍ함안ㆍ거창ㆍ남해ㆍ고성ㆍ하동 400원, 합천 350원, 창녕 320원이다.
봉툿값을 단일화한 인근 부산시는 850원(강서구 510원, 기장군 590원 제외), 울산시는 600원이며, 서울은 도봉구와 강서구 380원, 강남구와 서초구 370원, 중구 340원, 관악구 350원 등 대부분 자치구가 300~400원대다.
이처럼 양산시 종량제봉투 가격은 경남에서 가장 비싸고, 전국 지자체와 비교해서도 비싼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양산시는 왜 봉툿값이 단순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종량제봉투 제작비용은 지자체별로 거의 차이가 없지만 봉툿값은 쓰레기 수집과 운반, 처리방식 등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처리방식 따라 가격 달라져
양산시의 경우 쓰레기를 수거한 뒤 유산쓰레기매립장(매립)과 자원회수시설(소각)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쓰레기는 단순 매립보다 시설을 통한 소각 처리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데, 경남에서 비교적 봉툿값이 싼 지자체는 단순 매립으로만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라는 게 양산시 설명이다.
양산시는 “쓰레기를 땅에 묻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지만 단순 매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매립장이 한계 상황에 닥치면 또 다른 매립장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소각시설을 자체 건설하거나 인근 지자체를 통해 처리해야 하는데, 결국 쓰레기 처리비용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즉, 당장은 봉툿값이 저렴할 수 있지만 앞으로 급격한 가격 인상 또는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봉툿값 낮으면 결국 시 예산으로 메워야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종량제봉투 가격이 싸든 비싸든 관계없이 쓰레기 처리비용은 일정하다는 점이다. 쓰레기 처리비용은 종량제봉투 판매와 재활용 판매, 폐기물 처리 수수료 등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은 시 예산으로 메우는 구조다.
자치단체 입장에서 봉툿값을 낮게 책정해 그만큼 수익이 적게 발생하면 시 예산으로 메워야 할 쓰레기 처리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민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보이지 않는 돈’(시 예산)과 ‘보이는 돈’(종량제봉투 가격)의 비율 차이일 뿐 처리비용은 같다는 것이다.
양산시 한 해 쓰레기 처리비용은 2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쓰레기봉투 판매에 따른 수익 36억4천여만원과 음식물쓰레기 처리 수수료 13억3천만원, 대형 폐기물 수수료 3억원, 자원회수시설 여열발전수익금 7억3천만원 등 쓰레기 처리에 따른 수입 67억여원을 제외한 133억여원은 고스란히 시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봤을 때 양산시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는 30%, 종량제봉투 판매 수익이 쓰레기 처리비용에서 차지하는 주민부담률은 24%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보다 자립도(28%)는 높지만 주민부담률(26%)은 낮다. 경남 평균인 자립도(35%), 주민부담률(28%)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양산시는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려면 원인자부담 차원에서 현실적인 종량제봉투 가격을 책정해 많이 배출하는 사람이 큰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경부도 종량제봉투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각 지자체에 봉툿값 현실화를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