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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습관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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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돌아보다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5/24 09:42 수정 2016.05.24 09:42













 
↑↑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5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 장애인의 날 등 각종 기념일 행사 취재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대부분 행사가 해마다 비슷한 틀에서 마치 ‘습관’처럼 열리고 끝났다. 아니 내 입장에서 솔직히 표현하면 습관처럼 열린다고 생각했다.


지난 8일 소주동 천성리버타운 앞 공원에서 ‘제9회 양산다문화축제’가 열렸다. 축제장에 도착하자 행사 관계자들과 시민, 외국인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이 행사 저 행사에 지쳐버렸다는 핑계로 여느 행사처럼 눈에 보이는 단면에 집중해 취재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내국인이 적어 아쉽다는 결론을 내린 채 서둘러 다음 취재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사를 쓰기 전 문득 생각해보니 ‘아쉽다’는 결론을 섣불리 내리기 전에 취재 과정을 돌아봐야 했다. 내 취재 과정에는 가장 중요한 행사 준비과정과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빠져 있었다. 축제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며 그곳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았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습관처럼 틀에 맞춰 취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행사마다 비슷한 취재가 반복됐고, 의미를 찾기보다 주최측에서 강조한 행사 취지를 받아쓰기 바빴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행사를 탓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장애아동의 날 행사가 있었다. 지난해에도 한 번 취재했던 행사였지만 한 발짝 다가가 조금 더 바라보자고 생각하며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신기하게 행사가 아닌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 손을 잡고 있는 선생님과 행사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이 보였고, 양산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단상에서 말하는 것이 다르게 들렸다. 학교 선생님과 봉사자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혹은 아이들 옆에 앉아 그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하고 있었다.



양산시립합창단 공연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누구보다 자유롭게 춤추고, 지휘하며 무대를 즐겼다. 축사에서 한옥문 시의회 의장은 무대에 나와 지휘하던 아이 이름을 기억하고 “좋은 지휘자가 될 것 같다”라며 격려했다.


습관을 버리고 바라보자 모든 게 달라졌다.


우리는 습관처럼 가족을, 일을, 친구를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직장에서 늦게 마쳐 혼자 밥을 먹는 아버지, 심각한 고민이 있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역 행사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돌아오는 행사가 대부분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를 담아 소중하게 이어온 것들이다. 습관처럼 취재하고 기사를 써온 나처럼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이들 역시 너무나 당연하게 행사 의미를 잊고 있는지 모른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 진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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