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달래고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갔는데 흰색 SUV 차량 한 대가 장 씨 차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주차 문제야 전 국민이 겪는 일이니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장 씨는 운전석 앞 창문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연락처 주인공, 즉 차량 주인은 한참이 지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슬슬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 역시 받지 않았다. ‘씻고 있나? 아니면 시끄러운 곳에 있는 건가? 잠든 건 아니겠지?’ 온갖 생각을 접어두고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정확히 10번의 전화에도 결국 차량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한 장 씨.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경찰서로 전화해 방법을 물었다. 경찰에선 차량 번호를 조회해 다른 연락처를 찾아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기다렸다. 잠시 후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차적 조회를 통해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역시 통화가 안 된다고 했다.
장 씨는 혼란스러웠다. 일부 지자체에선 불법 주정차 차량을 신고하면 견인 조치한다는 게 생각났다. SUV 차주에겐 좀 미안하지만 집에는 가야 하니까. 불법 주차도 사실이고.
양산시청 당직실로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데 양산시 공무원이 좀 당황한 말투로 “우리 지역은 견인업체와 계약이 돼 있지 않아 조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속된말로 ‘멘붕’ 상태. 행정기관도, 경찰도 방법이 없는 상황.
멘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순찰차가 도착했다. 현장 상황을 살피러 나온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장 씨가 주차한 곳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 40대로 보이는 그 남성 역시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꼼짝 못 해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10여분이 더 흐르자 경찰 연락을 받고 불법주차 차주가 양쪽 모두 나타났다. 그들은 머쓱한 듯 연신 죄송하다 인사하며 차를 급히 옮겼다.
장 씨는 이날 차를 몰고 집으로 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 불법주차 차주가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또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다면 장 씨는 어떻게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다.
답이 없긴 양산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 양산시는 계약을 맺고 있는 견인업체가 없다. 불법주차에 대해 과태료만 부과할 뿐이다. 장 씨처럼 가로막힌 차를 빼 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양산시는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 놓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