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모험 없는 등반은 의미가 없다..
문화

모험 없는 등반은 의미가 없다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5/31 11:09 수정 2016.05.31 11:09
양산등산학교 동행 취재기 2주차
알피니즘의 세계로 초대한 ‘백운슬랩’
동기와 강사 응원에 힘입어 모두 성공
정신적 한계 이상에서 오는 기력 느껴

양산등산학교 10기가 진정한 알피니즘(수림한계선 이상의 눈과 얼음이 덮인 고산에서 행하는 알프스풍의 모험적이고 스포츠적인 등산)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을 통과하고 돌아왔다.


지난주 혹독한 신고식이 끝나고 “강사님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쉽나요?”라는 질문에 강사는 “지난번보다는 조금 쉬울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25일 이론교육에서 이상배 학감은 산악인의 삶과 알피니즘의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때까지 수업에서 이 학감이 알려준 ‘모험이 결여된 등반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수업 내내 나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드디어 지난 28일 실전 수업에 들어갔다. 야영을 해야 했지만 다른 취재 때문에 나는 다음날 합류했다. 김현희(40) 씨 말에 따르면 야영하는 날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참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못내 아쉬웠다.


이른 아침 백운산에 도착하자 산 입구부터 동기들 노랫소리가 들렸다. 동기의 소리를 나침반 삼아 길을 찾아 나섰다.


거대한 암벽 밑에서 암벽을 타고 있는 그들이 보였다. 역시 대단하다. 입이 쩍 벌어지는 경사와 높은 암벽을 어찌나 잘 타는지 내가 다 뿌듯했다. 뿌듯함도 잠시, 도착하자마자 암벽 등반을 준비해야 했다. 지난주 강사가 암벽화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암벽화 없이도 괜찮다는 선배의 말만 믿고 등산화만 신고 간 게 고통을 줄지 꿈에도 몰랐다.


첫 암벽 타기는 신발을 빌려 수월했다. 두 발을 믿고 오르라는 강사의 말에 힘을 얻어 조금씩 천천히 땅을 올랐다. 오전 암벽 타기가 끝나고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바로 다음 암벽 타기를 진행했다. 모든 동기가 정상에 올랐다 내려와야 해 암벽화를 빌릴 수 없었다. 내 발보다 크고, 딱딱한 등산화를 신고 암벽타기를 시도했다. 올라갈 수 없었다. 계속 신발은 미끄러졌고 손으로 잡을 곳은 보이지 않았다. 홈도 없는 벽을 붙잡고 악을 쓰며 올랐다.















ⓒ 양산시민신문



아직도 나는 내가 그곳을, 그 신발을 신고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겠다. 살이 덜덜 떨리고 포기하고 싶었다. 지켜보는 동기와 강사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냥 내려가고 싶었다. 그때 강사가 위에서 ‘다리에 힘을 주고 벽을 잡고 올라오세요.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있는 힘을 다해 내 줄을 끌어줬다.



처음에 입에서 ‘못하겠어요’라는 말만 반복해서 나왔지만 강사의 지지와 힘에 이끌려 내 안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나왔다. 이 학감이 말했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한계 이상에서 오는 그 ‘기력’인가?


마지막까지 복병이었던 나를 포함한 동기들 모두 암벽 등반에 성공했다. 동기들 중에는 몸이 많이 안 좋아 주사를 맞고 다시 학교를 찾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 동기들 모두 알피니즘의 삶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 내 다리를 보며 ‘왜 또 그곳에 갔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 등반에서 온 다리에 멍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더 긁히고 상처가 생겼지만 나는 또 산에 갔다. 산이 주는 ‘사랑’ 때문이라 생각한다. 동기들과 함께하기에 우리는 포기할 수 없고 두려움을 극복했다. 등산은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양산시민신문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