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혹독한 신고식이 끝나고 “강사님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쉽나요?”라는 질문에 강사는 “지난번보다는 조금 쉬울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25일 이론교육에서 이상배 학감은 산악인의 삶과 알피니즘의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때까지 수업에서 이 학감이 알려준 ‘모험이 결여된 등반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수업 내내 나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드디어 지난 28일 실전 수업에 들어갔다. 야영을 해야 했지만 다른 취재 때문에 나는 다음날 합류했다. 김현희(40) 씨 말에 따르면 야영하는 날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참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못내 아쉬웠다.
이른 아침 백운산에 도착하자 산 입구부터 동기들 노랫소리가 들렸다. 동기의 소리를 나침반 삼아 길을 찾아 나섰다.
거대한 암벽 밑에서 암벽을 타고 있는 그들이 보였다. 역시 대단하다. 입이 쩍 벌어지는 경사와 높은 암벽을 어찌나 잘 타는지 내가 다 뿌듯했다. 뿌듯함도 잠시, 도착하자마자 암벽 등반을 준비해야 했다. 지난주 강사가 암벽화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암벽화 없이도 괜찮다는 선배의 말만 믿고 등산화만 신고 간 게 고통을 줄지 꿈에도 몰랐다.
첫 암벽 타기는 신발을 빌려 수월했다. 두 발을 믿고 오르라는 강사의 말에 힘을 얻어 조금씩 천천히 땅을 올랐다. 오전 암벽 타기가 끝나고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바로 다음 암벽 타기를 진행했다. 모든 동기가 정상에 올랐다 내려와야 해 암벽화를 빌릴 수 없었다. 내 발보다 크고, 딱딱한 등산화를 신고 암벽타기를 시도했다. 올라갈 수 없었다. 계속 신발은 미끄러졌고 손으로 잡을 곳은 보이지 않았다. 홈도 없는 벽을 붙잡고 악을 쓰며 올랐다.
ⓒ 양산시민신문 |
아직도 나는 내가 그곳을, 그 신발을 신고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겠다. 살이 덜덜 떨리고 포기하고 싶었다. 지켜보는 동기와 강사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냥 내려가고 싶었다. 그때 강사가 위에서 ‘다리에 힘을 주고 벽을 잡고 올라오세요.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있는 힘을 다해 내 줄을 끌어줬다.
처음에 입에서 ‘못하겠어요’라는 말만 반복해서 나왔지만 강사의 지지와 힘에 이끌려 내 안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나왔다. 이 학감이 말했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한계 이상에서 오는 그 ‘기력’인가?
마지막까지 복병이었던 나를 포함한 동기들 모두 암벽 등반에 성공했다. 동기들 중에는 몸이 많이 안 좋아 주사를 맞고 다시 학교를 찾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 동기들 모두 알피니즘의 삶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 내 다리를 보며 ‘왜 또 그곳에 갔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 등반에서 온 다리에 멍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더 긁히고 상처가 생겼지만 나는 또 산에 갔다. 산이 주는 ‘사랑’ 때문이라 생각한다. 동기들과 함께하기에 우리는 포기할 수 없고 두려움을 극복했다. 등산은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양산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