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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손끝으로 전하는 사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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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전하는 사과의 힘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6/06/14 10:16 수정 2016.06.14 10:16













 
↑↑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내가 자란 원동은 대중교통이 참 불편한 곳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지만 중ㆍ고등학교에 다닐 당시만 해도 하루 세 번 정도 원동역을 오가는 버스가 전부였다. 이런 불편 때문에 나와 내 친구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부터 따고, 중고차를 구입해 타고 다녔다.



어린 나이부터 운전을 막 배운 탓일까? 고백하건대 나 역시 운전 습관이 ‘신사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다소 서툴게(내 입장에선 답답하게) 차를 모는 사람들을 도로 위에서 만나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3주 전쯤 일이다. 취재를 가는데 행사장 입구에서 내 차선으로 역주행한 차 때문에 사고가 날 뻔했다. 편도 1차로에서 앞서가던 차를 추월하려던 상대방이 중앙선을 넘어온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급정지했고, 상대 역시 깜짝 놀란 듯 토끼 눈을 뜬 채 차를 멈춰 세웠다.



행사 관계로 다른 차량이 서행하고 있었던 덕분에 그나마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나는 속으로 “무슨 운전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린 채 상대방을 노려봤다. 창문을 열고 쓴소리라도 할까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간파했는지 그 역시 멋쩍은 미소와 함께 연신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고 있었다. 얼굴 가득 미안함을 담고 손을 들어 사과하는 모습에 화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최근 보복운전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에서는 강력한 처벌로 보복운전을 뿌리 뽑겠다며 특별 단속까지 벌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보복운전을 유발하는 행위다.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급정거 등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다. 결국 보복운전을 불러오는 발단이 되는 것이다.


사실 운전을 하다 보면 앞서 내가 겪은 것처럼 위험한 순간을 누구나 마주할 수 있고,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든 운전자가 방어운전, 안전운전으로 위험 상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습관 하나가 그런 상황을 쉽게 해결해 준다. 바로 ‘비상등’이다. 흔히 ‘비상 깜빡이’라 부르는 그 단추 하나를 누르는 행위 하나로 상대방의 화가 얼마나 많이 누그러드는지 운전자들은 잘 안다. 물론 무리한 끼어들기나, 과속 등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본의 아니게 상대 운전자에 위협을 가했다면 곧바로 사과하면 된다. 비상등을 누르거나 손짓 하나로 사과하면 된다. 이런 행위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곧 상대방에 대한 사과이며, 최소한 예의이고, 배려다. 그 간단한 행동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이 문제 악화를 막아주는 것은 비단 운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최근 보여주는 ‘충동사회’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소한 마찰에서 먼저 사과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충동’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 세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의 해결책은 의외로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오늘 당신이 보여주는 작은 몸짓과 배려, 사과 한마디, 행동 하나가 충동사회를 치료하는 진정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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