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유턴 위치 신설을 요구한 이유는 이렇다.
현재 해당 지역은 차량 진입로가 A 씨 상가 근처밖에 없다. 그런데 양산시가 최근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유턴 지점 근처에 새로운 진입로 공사를 시작했다.
A 씨 상가 인근 외에도 출입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A 씨는 자신의 상가와 가까운 위치에 유턴 지점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A 씨 입장에서는 현재 유턴 위치를 그대로 두면 유턴 차량 대부분이 새 출입구를 이용하게 돼 유동인구(차량)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산시는 A 씨 요구를 받아들여 양산경찰서에 유턴 위치 신설을 요청했다. 양산경찰서는 교통안전시설설치심의위원회를 열어 양산시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A 씨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새로 생기는 출입구 인근 상인 B 씨가 양산시에 반대 민원을 제기했다. B 씨는 새로 진출입로가 개설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유턴 지점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니 B 씨 입장에서는 황당했던 것.
결국 B 씨 민원에 양산시는 유턴 지점 신설을 놓고 교통전문가에 타당성 조사를 용역의뢰 했다. 용역 결과 유턴 지점 신설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유턴 지점 신설은 없던 일이 됐다.
이번 일로 당사자인 A 씨와 B 씨는 물론 이를 지켜본 시민 모두가 양산시의 줏대 없는 행정을 비판했다. 사업 타당성이나 합리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민원 요구에 손바닥 뒤집듯 행정을 해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민원인 간 마찰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해당 택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강 아무개(49) 씨는 “시민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는 취지였겠지만 해당 민원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행정이 아닌가”라며 “이번 경우처럼 어처구니없는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해당 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기철(39) 씨 역시 “사실 길이 200m 남짓한 도로에 U턴 지점을 두 곳이나 만들겠다는 건 상식 차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에 양산시가 그렇게 무리하게 U턴 지점을 새로 만들려고 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번 일이 거론됐다. 차예경 시의원(더민주, 비례)은 21일 열린 감사에서 “민원이 있다고 해서 도로 시설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며 “결국 제기된 민원에 대해 제대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양산시 도로과는 “현재 유턴 지점을 신설하는 것은 타당성 용역 결과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나와서 전면 백지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도로과는 “시민 불편해소 요구를 적극 반영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 같다”라며 “적극적인 행정이 다소 섣부른 결정을 낳게 된 셈인데 시민에게 혼란을 야기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