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 안에서 40대 후반 남성이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는 비행기 이륙 직전에 발생한 것으로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11년 경력의 이연경(35) 간호사가 응급 처치해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가족과 친척들이 다 함께 휴가를 떠나는 날이었어요. 이륙을 기다리는 데 갑자기 기내방송이 나오더라고요. 승객 한 사람이 쓰러졌는데 응급상황이라며…. 저는 비행기 앞쪽에 앉아 있었는데 사고는 뒤에서 난 모양이더라고요. 기내 방송이 두세 번쯤 반복된 것 같아요. 그래서 승무원한테 제가 간호사임을 알리고 바로 환자에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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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여승무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보호자 분이 다리를 계속 주무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간호사임을 밝히고 보호자한테 양해를 구했죠. 승무원을 대신해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다른 승무원에게 제세동기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고, 환자 기저질환을 체크하고 의식을 잃기 전 상황을 보호자에게 물었죠”
이 간호사가 몇 차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제세동기로 두 번째 충격을 주자 환자는 신음을 토하며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행기 이륙 전이었고, 이 간호사가 응급처치하는 동안 공항 응급구조대가 도착, 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11년 동안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보고 주기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오긴 했지만 막상 다른 의료진과 응급도구가 없는 상태에서 눈앞에 호흡 없이 쓰러진 환자가 생기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무엇보다 환자를 살릴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이 컸어요. 그냥 침착하게, 배운 대로, 평소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이 간호사 노력으로 병원으로 후송된 환자는 안정을 되찾고 현재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쓰러진 원인은 뇌졸중이었다. 뇌졸중이라는 게 초기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 간호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간호사는 “환자분이 짐을 올리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해서 응급처치 이후에도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중환자실에서 치료 잘 받고 무사히 퇴원하셨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의료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밖으로 알려지니 쑥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