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흔들리고, 선반에 있던 물건이 떨어질 정도의 진동을 느낀 많은 시민은 우왕좌왕했다. 지진에 대한 정확한 대처요령을 몰랐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에 119 등에 문의가 빗발쳤지만 정부나 지자체 대응은 부실했다. 이번 지진은 지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흔들어 놨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우리나라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3월 열린 ‘한반도 지진과 원자력 안전 포럼’에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역이 아니며, 규모 6.5 이상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열도 판 경계부와 또 다른 지진다발지역인 중국 탄루단층대 사이에 있어 대부분 지진 에너지가 방출됐기 때문에 지진 피해가 작았다. 그러나 이 지각판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을 향해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 지각판 움직임은 한반도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산은 한반도 가운데서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양산단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동성이 큰 단층이다. 1024년(고려 현종 15년) 석가탑 담장이 붕괴됐으며, 1038년(고려 정종 4년)에는 석가탑과 불국사 경내 다리가 붕괴됐다는 기록이 있다. 경주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만나는 지역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 금정구 북쪽 7km 지점에서 1996년과 1997년 각각 규모 2.8과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지역 위도와 경도를 분석하면 진앙은 양산시 동면 여락리 경계와 불과 180m 떨어진 지점이다. 더구나 양산시는 핵발전소 밀집지역과 직선거리로 불과 10여km 거리로 경계를 맞대고 있다.
과잉반응 필요 없지만 대비는 철저히
이런 상황에서 지진에 대비한 양산시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진을 포함한 자연재난 대비 표준행동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이 매뉴얼은 지진 규모별 유관기관 협조체제 구축과 주민 지원방안 등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시 입장에서 운영 방안만 설정하고 있을 뿐 재해 발생 때 실제 시민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지진대피소는 따로 없이 이재민 수용시설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대부분 학교나 마을회관이어서 건립된지 오래된 학교나 3층 이하 소규모 건물인 마을회관은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시민은 주변에 지진대피소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 전반에 있는 기반시설이 지진에 대응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재난대응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양산시청은 물론 산하 사업소, 읍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등 관공서는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 돼 있다. 또한 각종 교량과 폐수정말처리시설, 수도시설 등도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았다. 실제상황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매뉴얼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현재 아파트를 제외한 양산지역 건축물 2만6천585개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3천583개동으로 전체의 13.4%에 불과하다. 강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불 보듯 한 상황에서 특히, 웅상지역은 국도7호선과 법기터널이 막힐 경우 10만 주민이 고립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지진에 과잉반응 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재난 위험으로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시민은 없을 것이다. 더욱 정교하고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매뉴얼 제작과 함께 지역 기반시설에 대한 내진설계 적용, 지진에 대비한 시민대응훈련 강화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지난 5월 17일 지진 가상해 종합운동장 일원에서 펼쳐진 ‘2016 안전한국훈련’. 재난에 대비한 행동요령 숙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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